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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지영, 기우, 제이, 덕우 그리고 오달

김지영 / 변호사

'오달 (悟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내 이름이다. '깨달아서 통한다.' 도통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다.

내 공식 이름은 김(金) 지(知) 영(榮). 영어로 날 소개 할 때는 'Gold, Knowledge and Glory'라고 내 이름을 설명한다. 중1 때 어느 작명가가 더 좋은 이름이라고 기효(起孝)라는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다. 우리 외할머니만 이 이름을 지성으로 불러주셨다. 그 정성으로 내 인생이 이만큼 순탄해진 것일까?

제이(Jay), 내 영어 이름. 고1 때 미국인 선교사와 공부하며 지었다. 존, 찰리 등 진짜 미국적인 이름이 쑥스러워서 나의 한국이름 첫 글자 'J'를 그대로 영어 이름으로 했다. 이 이름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미국에서 법과 대학에 들어가면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미국 변호사 친구들은 나를 '제이'라고 부른다.

'Jiyoung Kym.' 미국에서의 내 공식 이름. 성을 왜 'Kym'으로 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광고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 다른 김씨(Kim)와 차별화 전략"이라고 대답한다. 사실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였던 한국 영자 신문 'The Korea Times' 시절의 유산이다. 나와 이름이 거의 똑 같은 선배 기자가 있었다. 기사의 필자를 밝히는 바이라인(byline)을 언뜻 보면 구별이 안갔다. 그래서 성을 'Kym'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에 살다 보면 이름 스펠링 때문에 엉뚱한 피해를 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씨를 영어로 'O'로 표기를 했다가 컴퓨터 입력이 안돼 고생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기계가 외자 'O'를 성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유씨를 'You'라고 쓰는 사람이 있다. 이런 분들이 'Susan'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인을 얻으면 'Mrs. Sue You'가 된다. 졸지에 소송 좋아하는 사람의 남편이 된다.

영어 이름이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좋은 사람들, 그 첫째는 김영삼 대통령이다. 'Young Sam' 항상 젊은 샘. 다음은 문선명(Moon Sun Myung), 달과 태양을 품은 이름. 멀쩡한 한국 이름이 영어로 쓰면 천한 자기비하가 되기도 한다. 이식덕(李植德), 덕을 심는다는 고상한 뜻인데 영어로 이렇게 썼다고, Sick Dog Lee, 병든 개. 대한민국의 외무부 장관 이범석, Bum Suck Lee. 실제 이야기이다. '바보, 엿같은.' 그는 그래도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기 이름을 소개하기 전에 "여러분 웃을 준비하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요즈음 나는 새 이름을 하나 더 얻었다. '덕우(德雨)', 법명이다. 'Virtuous Rain', '오달'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름대로만 살 지어다.

'오달'은 사실 '오타(誤打) 달인'의 준말이다.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쓰던 언론인 후배가 붙여준 이름. 비록 오타를 쳐도 그럴 듯한 말을 만들어낸다는 칭찬?

도통이든 오타이든 오달은 오늘을 살아 간다. 이름하여 오달, 이름하여 덕우, 이름하여 지영… 그 이름이 바람 속으로 흩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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