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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납 중독의 역사

납 중독의 역사는 인간이 일상생활의 도구를 석기에서 금속으로 바꾼 청동기 시대 이후의 인류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납은 그 유연함 그리고 쉽게 부식하지 않는 성질로 인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고대인들은 납을 모든 금속의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이 금속과 관련된 신은 자신의 자식을 잡아먹는다는 거인인 토신(土神, Saturn)이다. Saturnine이란 음울하고 냉소적이며 말 수가 적은 성격을 말하는데 이것은 납 중독자들에서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납을 사용한 장식품들 중에 가장 오래된 물건은 서기전 6500년에 만들어진 작은 조각상으로 터기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서기전 4000년에는 이집트의 파라오 통치시절 토기에 광택을 입힐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 시대에는 건축 용도로도 이용했는데 나사를 조이거나 건축물을 붙이는데 납땜이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도 4천 년 전 동전을 만들기 위해 납을 이용했다.

로마 시대 납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값싸고 다루기 쉬운 속성으로 인해 로마 시나 로마 제국 여러 도시에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도관 건설에 필수 건축자제였다. 이 시절 포도주 제조업에서도 납은 널리 사용되었다. 포도주를 놋쇠로 된 저장고나 용기에 담으면 구리 맛이 배어나 맛이 상한다고 해서 납으로 된 용기를 사용했는데 그렇게 하면 포도주에 단 맛이 첨가되었다. 음식물에서도 단 맛을 내기위해 일부러 납이 첨가되었다. 얼굴에 바르는 분, 립스틱, 마스카라에도 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검투사들은 손 장갑의 파괴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 안에 납을 집어넣었다.

로마 사람들은 납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킴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납의 사용이 너무 광범위했기 때문에 그 해독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낮은 용량의 납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만성 납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을 것이다.

급성 납중독은 광산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당시 광산 근로자들은 모두 노예였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이 로마 시민들의 눈에 뜨이지 않자 문제로 대두되지 않고 납중독이 된 노예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로마인들은 건축술에 뛰어났다. 그들은 건축물 건립에서 납땜질을 이용했기 때문에 로마 제국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에는 그로 인한 악취가 심했다고 한다. 그래도 납땜질에 의한 피해는 대장장이들이나 그들에 속한 가족들에 국한되었을 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로마의 귀족들은 노동을 천하게 여겨 사치한 생활을 영위했으며 포도주는 주로 금잔에 따라 마셨다. 그러나 마시는 포도주 안이나 진수성찬 속에 납이 섞여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칼리귤라, 네로, 코모두스 같은 황제들에게서 이성과 판단력을 잃은 타락하고 무도한 행동이 나타나게 되었다.

납중독은 황실의 성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다. 시저는 마음껏 성행위를 즐겼지만 후손은 단 한명만 두는데 그쳤다. 그의 뒤를 이은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자식이 없었고 성행위마저 포기했다고 전한다.

중세기 연금술사들은 다른 금속으로부터 금을 만들기 위해 다량의 납을 사용했다. 교회 장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채색 유리 천장을 만들 때 유리 사이의 접합물질로 납을 이용했다. 교회 근무자들이 납에 중독되었다는 기록을 없으나 채색유리 장인들은 납에 노출되었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면서 다량의 납이 출판에 활용되었고 이 기술은 20세기까지 사용되었다.

1921년 GM의 기술자들이 납을 휘발유에 첨가하여 엔진의 손상을 막고 낙킹을 제거한다고 해서 납은 자동차 산업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금세 납 첨가제 생산 노동자 여러 명이 사망하는 등, 납중독의 피해가 나타났다. 그 후 많은 규제조치가 시행되었지만 아직도 납은 휘발유 일부에서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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