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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시애틀의 겨울

춥다. 추워. 지난 주 시애틀에 첫눈이 내리더니 이번주는 날씨가 매우 차갑다. 15일은 캐나다 BC에서 더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지난 해 1월이래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일부지역의 경우 최저 기온이 화씨 10도 대와 20도대까지 떨어졌다.

추운 날씨로 아침에는 밖에 있는 차가 꽁꽁 얼어 녹이는 데 시간이 걸릴 정도다. 이미 아내는 밖에 있던 꽃핀 제라늄 등 화분들을 집안으로 옮겼다.

추운 겨울이 오니 시애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케스케이드와 올림픽 산맥에는 온통 하얀 눈들로 빛나 아름답다.

시애틀은 여름철에 더욱 좋지만 겨울에도 하얀 눈 산들로 황홀하게 빛난다. 더구나 지난 주 눈 내렸을 때처럼 우뚝 선 높은 전나무들에 하얀 눈이 덮이면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처럼 더 멋있다.

그러나 눈이 쌓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시애틀은 언덕길이 많아 조금만 눈이 쌓여도 운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애틀 생활 30여년동안 눈이 많이 내린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고생해서 잊지 못할 겨울은 몇 번 있었다.

언젠가는 갑자기 눈이 내리는 바람에 큰 교통 혼란이 빚어졌고 조금 높은 고속도로 램프를 차가 올라가지 못해 체인을 사서 달고 간신히 집에 간 기억도 난다.

오래 전에는 진짜 눈이 제일 많이 내려 차가 눈에 빠져서 집에서 나가지도 못했다. 마침 그날 한국에서 동생이 왔으나 공항에도 못가고 동생가족은 공항 인근 호텔에서 묵어야 했다.

다행히 지난 수년 동안은 따뜻해 눈이 오지 않아 스노우 타이어를 달거나 눈길에 차가 미끄러질 걱정이 없어 좋았다. 그러나 올해는 라니냐로 인해 더 많은 비와 눈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이제 막 시작된 겨울을 어떻게 지낼까 걱정도 된다.

벌써 시애틀과 기후가 비슷한 포틀랜드의 경우 지난 14일 많은 눈이 내려 큰 교통 혼란과 많은 사고들이 발생했다. 빙판길로 인해 차들이 미끄러져 추돌하고, 프리웨이 등이 주차장이 되자 몇 마일조차 3시간 이상이 걸리는 큰 교통 혼잡이 일어났다.

언젠가 새해 연휴에 포틀랜드 친지 집에 갔는데 그때도 많은 눈이 내려 언덕 위에 있는 집에서 차들이 올라가거나 내려가지도 못해 꼬박 집에만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럴 때 그동안 너무 많이 와서 싫어했던 비가 좀 왔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느 날인가 눈이 온다고 우려했으나 아침에 후드득하고 들리는 빗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달력을 보니 공식적인 겨울은 동지인 오는 12월 21일부터 시작된다니 앞으로 3개월동안 그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 된다. 시애틀의 한인들도 좋지 않은 날씨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이 본다.

그러나 겨울이어서 더욱 즐겁고 기쁜 날들도 많이 있어 감사하다. 어둡고 추운 날들이지만 밖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점등으로 밝고 아름답다.

예수님 탄생을 축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들과 성탄 케롤이 울려 퍼져 우리에게 평안을 준다. 또 크리스마스 카드로 따뜻한 마음들을 주고받고 있다.

목요일 시애틀 시학스와 LA 램스 풋볼게임을 가족과 함께 응원하고 승리의 기쁨을 나눈 것도 겨울철 만의 재미이다. 한인사회도 연말 각종 행사를 통해 단합과 화합을 보이고 있어 기쁘다.

겨울철 밖에 보이는 것들은 춥고 어둡고 앙상한 나무 가지들에 눈보라가 쳐서 우리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마치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한국 정국을 보는 것 같다. 또 많은 한인들이 경제적으로나 건강적으로 겨울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본다.

그러나 우리들이 현재 보이는 어려운 환경들만 바라보지 않고 겨울철에 더 감사하는 아름다운 것들이나 보이지 않은 것들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뻐할 때 긴 겨울을 거뜬히 이기고 다시 따뜻하고 꽃피는 봄을 맞지 않을까?(이동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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