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동영상' 몰카 협박은 푸틴의 정적제거 단골수법
트럼프 섹스파티 의혹 논란
정적 카샤노프는 TV로 방영
트럼프 측은 즉각 "조작된 뉴스"라고 반격했고, 러시아 외무부도 "터무니없는 짓거리"라며 논란을 일축했으나 옛 소련의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실제로 음란 동영상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거나 외국 기업인들을 협박한 사례가 꽤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크렘린 근처에 있는 인투리스트 호텔은 지금은 고급스럽게 단장해 5성급 리츠칼튼으로 변신했지만 한때는 KGB가 주도한 '콤프로마트(kompromat)'의 주무대로 유명했다. 콤프로마트란 도청장치, 몰래카메라 등을 동원해 유명 정치인·기업인들이 매춘부 등과 놀아나는 장면을 촬영한 뒤 협박을 가하는 형태의 공작을 말한다.
당시 KGB 등이 노렸던 주 타겟은 핀란드 고위급 인사들이었다. 핀란드가 친서방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하자 이를 견제하려고 정보기관이 '일'을 꾸몄다는 것이다. 옛 소련 시절 스파이 장비를 전시하는 한 박물관 운영자는 "당시에는 모 호텔의 423개 객실 중 60개에 도청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면서 "KGB가 당혹스러운 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하면 웬만한 인사들은 협조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KGB 공작의 희생자 중에는 1950년대 말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게이 트랩'에 걸린 미국인 칼럼니스트 조셉 알솝이 있다. KGB 요원들은 알솝이 밀회를 즐긴 후 호텔 방에 들이닥쳐 밀회 사진을 보여주며 그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런 공작과 무관치 않다. 푸틴은 대통령이 되기 전 '대단히 성공적인 콤프로마트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총수였던 푸틴은 옐친의 정적인 유리스 스쿠라토프 검찰총장이 두 명의 젊은 여성과 침대에 함께 있는 비디오를 TV에 공개하도록 해 옐친에게 힘을 실어줬고 자신은 총리로 영전했다.
지난해 4월에는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미하일 카샤노프 인민자유당 당수가 반정부 활동가인 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몰래카메라로 촬영돼 푸틴 대통령이 사장이나 다름없는 NTV에 무려 40분이나 공개되면서 카샤노프는 정치적 생명이 끝났을 뿐만 아니라 인격까지 매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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