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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 대통령 취임선서와 어머니의 성경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TV로 지켜보면서 미국은 과연 하나님으로부터 큰 축복을 받는 나라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미국이 현재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지만, 기독교적인 원리와 전통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한 비전과 미래가 있다는 확신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기독교적 전통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는 장면들 때문이다.

 첫째, 선거유세 동안 후보들 간에 그렇게 서로 헐뜯고 모함하던 언행을 뒤로 내려놓고 모든 참석자가 다 함께 고개 숙여 국가와 대통령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다. 이날 기도순서는 개신교 목사(3명), 가톨릭 주교(3명), 유대교 랍비(1명)가 맡았다. 마지막 순서를 맡은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다른 목사·주교와 함께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는 말로 기도를 마쳤다.

 2009년 1월 오바마 대통령 초임 취임식 때 기도순서를 맡았던 캘리포니아 새들백 교회 릭 워렌 목사는 “예수님의 이름” 대신 “신에게 기도합니다”라고 했다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오바마 대통령 재임 취임식에서 기도순서를 맡았던 루이스 레온 성공회신부는 아예 마무리 대목을 빼먹었다.

두 번째, 트럼프 대통령이 링컨 대통령의 성경과 어머니로부터 선물받은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한 전통에 근거한 것이다. 헌법은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조지 워싱턴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렸을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가 이날 사용했던 성경은 1955년 6월 12일 고향인 뉴욕 퀸스의 교회 주일학교를 졸업할 때 어머니로부터 받은 선물로 지금까지 보관해오고 있다. 어머니가 준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동안 그 옛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가 예배드렸던 날들을 회고하면서 나름대로 하나님께 믿음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세 번째, 취임선서의 내용이다. 초대 워싱턴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어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라고 선서한 전통에 근거해 트럼프도 똑같은 선서를 했다. 그는 헌법에 규정된 내용을 마친 후 곧이어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라는 기도문으로 선서를 마쳤다. 헌법에는 이 문구가 없지만, 이 역시 워싱턴 대통령이 선서 끝에 붙이면서 이후로 모든 대통령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기도문은 역대 대통령들이 외어 온 것으로 대통령으로 국가를 인도하는데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자신과 모든 국민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선서를 마치고 대법원장과 악수를 한 후 가족들과 포옹하는 아름다운 장면은 보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품게 했다.

부모는 하나님의 속성과 사랑을 가장 잘 드러내는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머니는 더욱 그렇다. 그 사실은 많은 대통령이 취임선서에서 사용한 성경이 어머니의 성경인 것을 봐도 그렇다. 아직 아버지의 성경으로 선서한 대통령은 없다. 레이건 대통령은 1·2기 취임식 때 모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성경을 사용했고, 클리블랜드 대통령도 15세 때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성경으로 취임 선서를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두 차례 취임식 모두 할머니로부터 받은 성경을 사용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1년 첫 임기 취임식 선서에서 어머니로부터 전해받은 성경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이삿짐이 백악관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대법원 직원 윌리엄 토마스 캐롤로부터 빌린 성경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1세로 미국의 역사상 취임 시 나이가 가장 많은 대통령이다. 그러나 그는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으며 건강을 아주 잘 유지하고 있다. 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후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부자로 억만장자기업가다. 아들 셋 딸 하나 모두 성공을 거둔 자녀들이다. 슬로베니아 이민자로 미국에 귀화한 멜라니아 트럼프는 수퍼 모델 출신으로 47세다. 누가 봐도 부럽지 않은 성공의 정상에 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어머니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성경을 매일 묵상하면서 “하나님이여 나를 도와주소서”라는 기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허종욱/버지니아 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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