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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출가외인

시집간 딸은 친정 사람이 아니고 남이나 마찬가지라는 이 말은 미국에서 듣기 어려운 말이다. 우리 전통 문화에서는 혼인하면 여식은 친정집을 떠나 시집으로 이주하니 그 말이 생겼으려니와 결혼하면 독립하는 미국에서야 시집으로 거처를 옮기는 일도 없고 출가외인이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미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 중에 이 곳 사람들은 대화중에 딱히 외가(外家)를 밝히는 일이 없다. 할아버지면 외가건 친가건 그냥 할아버지라고 하고 손자, 손녀는 친가, 외가 구분 없이 그냥 손자, 손녀라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친가, 외가를 밝혀야 하는 때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구분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하면 친가쪽을 의미한다. 외가쪽이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라고 하고 손자 손녀는 “내 외손잡니다”라고 하듯 ‘외’자를 앞에 달아 친가가 아님을 분명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시쳇말로 이는 우리와는 다른 컨셉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아마 모르긴 해도 우리 문화에 특유한 가문의 정통성이라는 개념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자 쪽은 주류요 여자 쪽은 비주류이고, 우리 전통 문화의 여성 차별, 남존여비의 개념에도 통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우리 문화에 뿌리밖힌 아들을 선호하는 전통과, 출가외인이라는 말이 모두 이와 연관이 있다 할 것이다. 어머니 쪽이나 딸 자식 쪽은 외를 붙여 그 비주류임을 확실히 하는 반면, 아버지 쪽이나 아들 쪽은 주류이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외가 쪽이 아니면 그냥 손자요 할아버지이지 구태여 친손자 친할아버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요새는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엔 아들 둔 어머니들 사이에서 출가외인은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는 말이 많이 나돌고 있다. 아들, 아들하며 공을 들여 키워 놓으니 결혼한 후에는 처가에 몰입하여 친가 가족에게는 살갑지 못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서운하다느니, 섭섭하다느니 심지어는 남만도 못하다는 말도 나온다. 하긴 ‘아들은 사춘기가 되면 남남이요, 군대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 애 낳으면 동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요즘 신세대 며느리들은 시집 식구들의 ‘시’자가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가부장 중심의 전통적 가족 형태가 해체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두고 신모계사회(新母系社會)의 출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같은 현상 때문인지 최근들어 딸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1990년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는 116.5였지만 그 후 남아 출생은 꾸준히 줄어 2013년과 2014년에는 105.3명을 기록했다. 이는 1981년 출생성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일본은 90년대부터 딸 선호가 두드러지고 우리나라도 점차 그런 추세가 심해지는 것 같다. 딸하나 아들하나 - 금메달, 딸둘 - 은메달, 아들둘 - 목매달 이라는 농담도 있다.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이유도 많고 다양하다. 또한 나이든 세대일수록 아직은 아들을 선호하는 전통이 지배적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임산부의 태아 성별을 미리 알 수있는 이점을 악용해, 선호하는 아이가 아니면 임신 중절을 하는 무자비하고 몰지각한 부모도 있다. 그러나 남아를 선호하는 해묵은 관습 때문이거나, 아니면 최근의 새로운 딸 선호 트렌드거나, 자식의 성별을 초콜릿 상자에서 초콜릿 고르듯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첫 울음을 울 때까지 아기의 성별에 신경쓰지 않고, 아들이든 딸이든, 오직 경이로운 새 생명의 탄생에만 몰입할 수 있는 사회, 그런 곳에서 손주 앞에 ‘외’자를 다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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