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부모세대' 이해에 도움 됐으면"
자서전 '웨이팅'…이의열씨
조카 며느리 도움으로 출간
이의열(영어명 의열 피어스.79)씨가 최근 자신의 인생을 담은 자서전 '웨이팅 포 어 미러클(Waiting for a Miracle)'을 내놨다.
그는 "56년간을 웨이트레스만 했다. 살다보니 조카들이 이모의 삶, 미국에 가족들이 이민자로 오게 된 과정을 궁금하게 여겨서 책을 쓰게 됐다"며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생을 들여다 보면서 한국전쟁과 미국 이민과정 등 젊은 세대들은 모르는 스토리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경기도에서 농사를 짓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생계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미 8군에서 웨이트레스를 했고 마침 장교식당에서 근무하다 우연히 웨스트모어 장군을 만났고 그를 통해 미국 유학의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에 계속 있으면 죽을 것같았습니다. 22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두 명의 어린 여동생과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씨는 "웨스트모어 장군의 추천은 단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며 "생면부지의 젊은 여자가 유학을 가게 도와달라는 얘기를 쉽게 들어줄 수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졸랐다.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1년 33세의 나이에 미용스쿨로 유학왔다.
늦은 나이의 유학은 사실 이민을 위한 한 방편이었다. 16살과 20살이 어린 여동생들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이들을 미국으로 데려 오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까지 했다. 이미 여러 번 결혼 경력이 있는 '미스터 피어스'를 졸라 23세의 나이 차이임에도 결혼을 했다. 그 방법 뿐이었다.
그의 책에는 그래서 1945년부터 1950년 사이에 겪었던 이야기, 미군부대에서 있었던 이야기 등이 소개돼 있다. 아울러 그 시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당시의 간략한 역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조카 며느리인 셜리 웡씨와의 공동 작업 덕분이다. 웡씨가 이씨의 240시간에 걸친 구술을 시간순으로 정리했고 이씨의 기억이 못미치는 부분은 철저한 리서치를 통해서 수정했다. 또한 실제 저술은 셜리 웡씨의 사촌이며 프리랜서 작가인 신디 웡씨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가장 기뻤던 것은 시민권을 받았을 때입니다. 미스터 피어스가 수속을 도와주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속이 탔죠. 자유의 나라, 기회의 나라에 동생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올 수 있는 것은 시민권 뿐이었습니다."
이씨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 이민자 가정에서 이런 사연 하나쯤 없는 집이 있겠냐"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전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책은 아마존에서 구할 수 있다. 한글판은 내달에 나올 예정이다.
장병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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