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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19홀

정 철 호 / 골프 칼럼니스트·티칭 Class A-1

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오는 7월 20일 영국에서 개최되는 브리티시 오픈(The Open)은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회로서, 최초에 브리티시오픈 개최 장소였던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 코스(St. Andrews Old Course)가 17세기 초까지는 22홀이었다고 골프 역사 책엔 기록되어 있다.

정확한 연도 기록은 없지만 1600년대 초에 올드코스 22홀이 18홀로 정리되면서부터 다른 클럽들도 골프 코스의 표준을 18홀로 규정하기 시작했다는 참고 문헌들도 있다. 그럼에도 거의 300여 년이 지난 1900년대 초까지 여전히 12홀, 15홀, 19홀, 23홀 등 홀 수나 코스 규모가 각기 다른 골프장들이 많았다는 기록들도 있지만, 실제로 골프 코스가 18홀로 규정되기 시작한 것은 1858년 영국왕립골프협회(R&A.현재 USGA와 함께 모든 골프 규칙을 수정 보완하고 골프 클럽들에 대한 제한 규정을 마련하며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기구)가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18홀 코스의 규정을 발표하였는데 '별다른 규정이 없는 한 코스 18홀 한 바퀴 도는 것을 한 경기(Match )로 인정한다'고 정의한 데서 유래되었으며, 이때의 규정을 1870년 이후부터 세계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18홀을 정규 코스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19홀이라는 명칭은 언제부터, 어떤 유래에서 전해져 왔을까는 어떤 문헌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18홀 라운드가 끝난 후 클럽하우스의 칵테일 바(Bar)나 클럽 주변 기타의 장소에서 라운드 후 담소를 나눴던 것이 18홀 전체 라운드만큼이나 즐거움이 있고 중요하다는 데서 골퍼들이 그런 장소를 19홀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자료들은 충분히 존재하는 것 같다.

일전의 한 칼럼에서 필자는 '핸디캡'의 유래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다시 요약하면, 18홀 라운드를 끝낸 골퍼들이 클럽 주변 한 술집(19홀)에서 그날 라운드에서 있었던 후담을 나눈 후 술값을 계산하기 위해 한 친구가 자신의 모자를 벗어 들고 "Hand in a Cap"이라 외쳤다고 한다. 동료들이 자신의 형편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각자 서로 알 수 없는 금액을 모자 속에 넣어 계산을 했는데, 그 방법이 매우 공평하고 신사적이다라는 뜻으로 출발된 것이 19홀에서 시작된 지금의 'Handicap' 제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19홀에서 유명하고 재미있는 골프 명언과 은어들이 많이 만들어져 전해져 왔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골퍼들이 서로의 장단점과 골프 기술의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상수의 레슨 장소로도 이용되었다는 설은 많은 문헌에서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전해지던 19홀의 문화가 최근에 와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래 19홀의 유래나 취지에서 벗어나고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이 좀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골프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 경기에서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이 20%, 정신력이 80%다"라고 정리했었다. 어찌 보면 프로 골퍼들에게는 라운드 후 19홀에서의 뒤풀이가 니클라우스가 말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생겨난 것이라고 정리해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타이거 우즈가 부동의 골프 황제 자리를 군림하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압박감과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게임이 끝난 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가 선택했던 19홀(?)이 너무 요란하고 화려함이 절정에 이르면서 급기야는 헤어날 수 없는 스캔들에서 허우적거린 적이 있다. 그때의 스캔들 이후 10여 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가 최근엔 '나이스 샷' 대신에, 매우 초췌한 얼굴의 '머그 샷(체포된 범인을 촬영한 경찰 사진)'으로 또 한 번 골프 영웅의 위엄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유명한 영국 출신의 골퍼 토미 아머가 골프 코스를 여자에 빗대어 표현했던 옛날 고리짝 명언이 생각난다. "골프 코스는 여자와 매우 닮았다. 코스를 다루는(Course Management) 솜씨에 따라 나를 즐겁게 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손을 댈 수도 없이 거칠어지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생뚱맞게 19홀과 어울리지 않는 명언을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각자의 골프 구력에 따라서 이해와 오해의 여지가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18홀 코스나 19홀에서나 정해진 룰을 어기게 되면 엄격한 벌타와 무서운 벌칙들이 항시 나를 기다린다는 것을 잘 아는 골퍼에게는 코스를 다루는 솜씨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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