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를 '엽기'로 읽던…개그우먼 조혜련
조혜련의 간증 인터뷰
간증집회 참석차 방미
주변 지인들로부터 "눈빛이 바뀌었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다.
지난 10일 만난 조혜련씨는 "요즘 성경을 열심히 읽는다"고 했다. 한때 일본의 신흥 종교인 '창가학회(SGI·남묘호렌게쿄)' 신자였던 그에게 이는 매우 생소한 변화다. <관계기사 26면>
조씨는 "'욥기'를 '엽기'라고 읽을 정도로 성경은 나와 거리가 먼 책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성경을 하루에 5~6시간씩 읽을 정도로 나에게 의미있는 책이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씨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달려왔다. 노력만큼 결실도 맺었다. 한국 연예계에서 최고의 개그우먼으로 성공가도를 달렸고, 그 덕분에 각종 건강 비디오와 외국어 학습서, 자기계발서도 냈다. 일본에 가장 먼저 진출한 '한국 개그우먼 1호'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반면, 일본 활동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혼 등 가정사로 인생의 우여곡절도 겪었다.
하지만, 성경이 가져다준 의미는 그동안 그가 달려온 삶의 궤적을 바꿨다.
그동안 그는 신앙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조씨는 "영적인 것, 살아 숨쉬는 '생명'이 가진 속성은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인간은 그것을 느끼게 돼있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사람들이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그 신앙에 대해 한번 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글=장열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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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정말 방법 없어도 이제는 닦달 안 해요"
대부분 '내 힘' 믿고 살지만
본래 인간의 존재성 인정해야
교회 십자가 무덤처럼 느껴
이젠 '예수쟁이'란 말 좋아
과거엔 항상 계획 세웠지만
지금은 매순간 살아가려 해
개그우먼 조혜련(47)씨는 모든 게 열심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존재하고 있던 불안함 때문이었다.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생은 달릴수록 역설이었다. 발버둥칠수록 공허했고 평안함이 없으니 스스로 지쳐나갔다. 그런 조혜련씨가 요즘 기독교 신앙을 접한 뒤 주변으로부터 "눈빛이 변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독교 비영리단체 '갓스드림'이 주최한 미주 지역 간증 집회를 위해 조혜련씨가 LA를 방문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조혜련씨를 만나 그동안 달려온 삶의 궤적이 신앙을 통해 바뀐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눈빛이 어떻게 변했나.
"예전에는 눈빛에 독기가 있었다고 하더라. 세상을 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나 조혜련이야'하면서 내 힘만 믿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요즘은 내가 평안해 보인다고 한다."
-그전엔 왜 평안하지 못했나.
"연예인이다 보니 내 코너가 없어져서 일이 줄거나, 주변에서 '요즘 TV에서 잘 안 보이네' 하면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그 강박관념 때문에 무언가를 위해 계속 발동을 걸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지쳐나갔다. 그런데도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라는 이 말 한마디를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털어놓았다. 8남매 중 다섯째인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내면의 응어리를 풀어냈다.)
-과거 이야기를 해달라.
"부모님은 아들을 원했다. 그런데 난 여자로 태어났다. 출생부터 인정받지 못했고 차별을 겪었다. 어릴 땐 너무 가난해서 삶을 항상 내 스스로 개척해야 했다. 자석 공장, 과자 공장, 채소 장사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심지어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도 이상한 전공을 선택했다고 엄마한테 맞았다. 그럴수록 무엇이든 더 열심히 했는데 '이래도 나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이 나를 계속 누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인기'라는 것을 얻었다. 계속 무언가를 이루려고 정처없이 떠돌았지만 항상 만족하지 못했다. 나중에 신앙을 갖고 난 뒤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갈급함 같은 게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의 '창가학회(남묘호렌게쿄·SGI)'종교의 신도였다. 영적인 것에 관심도 많았다. 한때 유명 스님이나 영성가, 성인들의 책을 모조리 탐독했다. '의식 혁명'을 읽고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를 직접 만나 영적 세계의 의미를 묻기도 했다.)
-무엇을 그리고 왜 찾았나.
"평안, 평화를 찾아다녔다. 거창하진 않고 그냥 내 수준에서 타종교의 경전도 파봤다. 어찌 됐던 일종의 '마음공부'였다. 물론 좋았지만 계속 뭔가 허전했다. 내 연구 목록에는 성경도 들어가 있었다."
-기독교는 무엇이 달랐나.
"타종교는 대개 '내 안에서 계속 뭔가를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 자신이 최고의 존재, 주인이 돼야 했다. 그러나 성경에는 조물주가 있고, 인간은 피조물이다. 그 존재성 자체로 기뻐하고 찬양하고 순종하면 됐다. 그냥 '나'답게 살면 됐다."
-교회를 어떻게 생각했나.
"정말 싫어했다. 비행기 착륙 직전 도심 곳곳에 가득했던 십자가조차 너무 싫었다. 내 눈엔 그게 무덤처럼 보였다. 교회는 돈이나 해먹는 곳, 목사의 횡포, 비리 등 그런 이미지였다. 당시 남자친구(현재 남편)가 교회 이야기를 꺼내면 곧바로 대화를 막아버릴 정도였다."
(그는 친한 언니 이성미(개그우먼)씨의 오랜 기도와 현재 남편을 만나면서 서서히 기독교 신앙을 접하게 됐다. 지금은 한국 수서교회 집사다. 45세 때(2014년)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교인이 됐다.)
-처음 신앙을 고백한 건.
"하루는 남편이 안방으로 들어오라더니 인터넷에서 찾은 영접기도문과 요한복음 3장16절을 읽어주며 '예수를 믿겠느냐'고 하더라. 그런데 시인이 안 되는 거다.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이 다시 한 번 '독생자 예수의 사랑을 믿느냐'고 묻는데 '네…'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눈물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나.
"그동안 '인생을 너무나 무겁게 살아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고 내 존재를 착각하고 살아온 것 같았다. 내 모든 짐과 죄를 내가 어깨에 지고 살아왔던 모습과 예수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조혜련씨가 간증 집회 등을 통해 신앙 이야기를 한 것은 올해부터다. 미주 한인교계를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생 중후반이 돼서 예수를 믿었는데 교인들을 보니 성경 일독을 한 번도 안한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지인들과 짝지어 성경읽기'를 적극 권유한다. 인터뷰 도중 친언니와 주고받은 성경읽기 녹음도 직접 들려줬다.)
-부와 명예가 있던 과거가 안 그립나.
"참 재미있는 게 신앙이 왔다갔다할 땐 그 생각이 너무 심하게 들더라. 초신자 때는 기도응답도 잘되고 좋은 일이 많다고 하던데 난 안 그랬다. 그랬더니 불만과 투정이 나왔다. 그래서 마음을 '딱' 정했다. 성경말씀처럼 '내가 죽고 예수가 사는 방식으로 살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때부터 매 순간 혼잣말로 하나님께 기도하며 물어본다. 예전에는 항상 계획이 있었는데 이제는 '순간순간'을 살아가려고 한다. 지금은 성경이 너무 좋아 일하는 시간 외에는 5~6시간씩 성경을 본다. 완전 반전 인생이다."
-어떠한 반전인가.
"지금 나는 '예수쟁이'란 말이 너무 좋다. 신앙을 가져보니 오늘날 그 말을 듣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게 됐다. 그동안 사람들을 웃기는 일을 하며 살았다. 사람들도 내가 더 많은 웃음을 주길 바란다. 그러나 만약 나보고 '못 웃기면서 예수쟁이가 될래', '웃길 수 있는 대신 예수쟁이를 포기할래'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를 택할 것이다."
-이민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는 '이민자'의 삶을 전부 이해할 순 없지만 한때 자신도 중국과 일본 등 타지에서 힘겹게 생활했던 때와 각종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꺼냈다.)
"대부분은 자신의 힘을 믿고 산다. 그런데 살다 보면 정말 방법이 없을 때가 있다. 심지어 신앙이 있는 사람도 방법이 없을 때가 있는데 하물며 신앙이 없으면 어떻겠는가. 나는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도 엄청난 화살을 받으며 시련을 겪기도 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런 게 다 고스란히 자산이 되더라. 물론 한번에 깨닫진 못했으나 그런 시련을 통해 조금씩 자산이 쌓이고 신앙이 있으니까 지금은 큰일이 터져도 예전처럼 부산하게 발버둥치거나 나를 닦달하지 않는다. 생각하게 되고 하나님께 자꾸 뜻을 묻게 된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그 하나님을 한번 알아보기를 권한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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