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석 한방칼럼] 낭습증

낭습증이란 음낭주위와 사타구니에 끈적끈적하게 땀이 차이는 것처럼 습이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여름철에 심한 경우는 옷이 젖을 정도로 축축하게 될 때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음낭 밑이 가렵고 피부가 헐기도 하며 습진 같은 피부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냄새도 나며 좁쌀만한 크기의 멍울이 생기기도 한다. 낭습증이 있으면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고 성기는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계절과는 관계없이 언제나 음낭주변이 땀에 젖어있는 것처럼 축축하고 항상 개운치가 않다.

남성의 고환은 인체 부위 중에 자동온도조절 장치가 가장 잘 되어있는 곳이다. 하나님께서 남자를 지을 때 가장 적합한 곳에 위치하여 온도에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한 것이다. 여름에 더우면 음낭의 표피가 축 늘어져 가능한 몸에서 멀리 떨어져 체온으로부터 열전도를 차단하고 반대로 추운 겨울에는 바짝 오그라들어 사타구니 가까이 접촉됨으로써 정상온도를 유지하는 신축성이 대단한 기관이다. 이렇게 온도를 잘 조절함으로써 정자의 생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정자는 체온보다 2~3도 낮아야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낭에는 자동온도조절을 위해 땀샘이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음낭은 항상 건조하여 보송보송하여야 한다.

한방에서는 음낭 또는 외음부 주변이 땀이 찬듯하여 축축하거나 냉한 것을 낭습증 또는 음냉이라 한다. 음낭이 습으로 인하여 가려운 것을 신장풍이라 하며 이것은 신장의 양기가 허하고 냉하여 발생하게 되는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신장의 양기가 허약하고 찬 기운이 심해 나타난다고 했다. 또는 잦은 성관계로 남성의 성기능이 심각히 저하된 경우에 흔히 나타난다.

실제 낭습증 환자는 선천적으로 성기능이 허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몽정이나 성적인 꿈도 꾸지 않았는데 본인도 모르게 정액이 유출되는 유정이 심할 때도 있으며, 자위행위가 심한 청소년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신경과민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의 불균형으로 음낭 주변에 땀이 과잉 분비될 수도 있다.

낭습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신장의 양기가 허약하여 오는 것으로 즉, 양기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장의 양기가 부족할 경우 외음부 특히 귀두 부위가 냉한 것은 물론 허리와 다리가 차고 시리면서 무기력하고 소화불량과 함께 매사에 권태로움을 느끼게 되며 쉽게 피로하고 성격이 예민해지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복부가 팽팽하고 가끔 통증을 느끼기도 하며 아무런 이유 없이 저절로 정액이 흐르고 조루증이 발생한다. 또한 음낭이 줄어들거나 발기부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는 간장경락에 습과 열이 뭉쳐있어서 음부에 영향을 미쳐 낭습을 유발하기도 한다. 간장경락에 습과 열이 뭉친 경우 아래가 냉하고 소변을 보더라도 시원치가 않으며 배뇨시 음경이 찌릿하고 무거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도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을 초래한다.

낭습증의 치료는 한약으로 잘 듣는다. 신장의 양기가 허약할 경우는 신장의 양기를 북돋아 주고, 냉기가 있으며 냉기를 몰아내고, 간장경략에 습과 열이 뭉쳐있으면 이것을 제거할 약들을 복용함으로써 치료하게 된다. 주의할 것은 몸에 꽉 끼는 옷을 입지 말고 늘 건조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