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맞는 악기 선택법
최원경 원장
현 CMIT 음악원 원장
중앙대학교 작곡과 졸업
캘리포니아 주립대 플러튼 음악대학 음악사, 음악이론 석사 피아노 페다고지 이수
첫 칼럼을 어떤 내용으로 풀어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많은 학부모님들이 가장 고민하고 저와 상담했던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에게 어떤 악기가 잘 어울리는지 악기 선택 방법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뚜렷한 목표나 이유 없이 아이의 음악 교육을 시작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으면 평생 좋은 친구가 될 거라는 정서상의 이유와 미국에서는 악기를 하나 다룰 수 있어야 중, 고등학교 시절 학교 밴드나 오케스트라 수업을 듣는 데 도움이 된다는 교육상의 이유, 또는 주변의 다른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고 있으니 따라 배우는 사회적인 이유 등등으로 아이를 데리고 상담을 오시는데요. 어떤 악기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시거나, 배울 악기를 선택해서 오시는 경우라 하더라도 악기에 대한 정보나 내 아이에 대한 이해 없이 대중적인 악기를 골라서 오시곤 합니다. 아이에게 맞는 악기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앞으로 아이가 그 악기를 꾸준히 잘 배워서 음악적으로 성공하느냐를 판가름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내 아이에게, 그리고 상황에 맞는 악기를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가지 조언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나이
악기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입니다. 혹시 아이가 5세 미만이라면 악기를 배우기에는 신체적인 조건이나 지적인 조건-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이해하거나 악보를 보는 능력등이-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 개개인의 인지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5살 미만이라 하더라도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역시 신체적인 조건 - 손가락의 힘이나 길이 등- 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5세 미만의 아동이라면 악기레슨 보다는 노래수업이나 다양한 토들러를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들 - 뮤직카튼, 코달리 등등- 이 적합합니다.
악기 레슨을 시작하기 적합한 나이인 5-6세 아이들에게 처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악기는 바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입니다. 이 두 악기는( 특히 피아노) 아이들이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다른 악기를 배워야 할 상황 되었을 때 쉽게 적응 할 수 있도록 음악적인 기초를 다져주는 좋은 악기들입니다.
어린 나이의 아이일수록 바이올린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아주 어린 아이들도 다루기 쉬울정도의 특별히 작은 사이즈가 만들어 져 있고 또 지판에 음정 표시가 안 되어 있어 아이들이 소리를 만들어 낼 때 그것에만 오로지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왼손으로는 지판에서 정확한 음정을 만들어 내는 훈련을 하게 되고 오른손으로는 활 ( Bow)로 음악적인 표현을 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정확한 음정과 음악적인 표현, 이 두가지는 대부분의 다른 악기를 배우고 연주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본적인 필수 조건입니다.
비록 피아노 연주는 스스로 음정을 만들고 조정하는 것이 아니고 활로 연주하는 스킬을 배울수는 없지만 역시 어린 아이들이 시작하기에 좋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피아노는 양손을 이용해 연주를 하는 악기이고 대부분의 악기들에 비해 멜로디와 반주(하모니) 를 동시에 연주하는 악기이므로 음악에 있어 아주 중요한 지각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피아노는 음악 이론을 배우기에도 적합합니다. 따라서 나이가 어린 아이라면 피아노나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2. 체격조건
운동만큼에서 음악에서도 체격조건에 따른 악기 선택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워 온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피아노를 배우면서 두번 째 악기를 시작하거나 바이올린 대신 다른 악기로 옮겨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일단 아이가 지적수준이 자라나고 일정한 나이가 되어 어른 사이즈의 악기도 배울수 있게 되면 그 다음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체격 조건입니다. 나이와 더불어 강한 신체조건이 필요한 분야는 바로 Brass Instruments, Woodwinds, 또는 사이즈가 큰 스트링 악기군입니다. 적어도 아이의 신체 사이즈와 비슷한 크기의 악기를 선택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본인의 몸보다 큰 악기는 아이가 가지고 다니거나, 다루기가 힘듭니다. 예외는 있겠지만-노력에 따라 극복가능한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만- 손이 아주 작은 아이들은 콘트라베이스나 심지어 어려운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손이 아주 큰 아이의 경우는 만돌린이나 오보에 같은 악기에서 빠른 부분을 깨끗하게 연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악기에 대한 아이의 개인적인 호감이나 배우고 싶은 열망이 이런 제한적인 요소들을 뛰어넘을 때가 있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왠만하면 아이의 체격 조건과 잘 맞는 악기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3. 아이의 성격과 성향
아이가 지적이나 신체적으로 충분히 자란 다음에 배운 악기라 하더라도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악기 레슨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주변에서 보더라도 아이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악기 선택으로 아이가 힘들어하다가 꽤 오랫동안 배운 악기를 그만두거나 다른 악기로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년간 첼로 레슨을 받던 학생을 둔 학부모님이 아이가 연습을 하는 것을 너무 싫어하고 레슨 갈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결국 그 학생은 조언에 따라 여러 악기를 트라이얼 레슨 받아 본 후 본인의 호감도에 따라 결국 플룻을 선택했고 몇년 째 너무 즐겁게 배우며 페스티발, 컴피티션을 비롯해 다양한 기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한 학생은 친구가 클라리넷을 배운다고 본인도 배우려고 상담왔다가 아이의 성향과 스트링 악기가 어울릴 것 같아 추천해 준 첼로를 시작하고 일년도 안되어 올리전 오케스트라에 들어갈 정도로 일취월장 하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맞는 악기를 선택하려는 고민의 이전에 악기를 선택하
고 그 악기 선생님을 찾는 스텝을 먼저 밟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아야 하지만 아이도 어떤 악기가 있는지 그리고 그 악기는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우선은 악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악기의 소리를 들어보고, 인터넷을 악기의 연주법에 대해 (부는 악기인지, 손으로 연주하는악기인지, 활을 사용하는지 등등) 아이와 나눠보고, 마지막으로 몇개의 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트라이얼 레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4. 각자의 상황
위에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이의 상황과 우리 가정의 상황에 맞
지 않는다면 다시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진학하려는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없다면 오케스트라 악기보다는 밴드 악기가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 오케스트라나 밴드는 아이를 연습하게 만드는 훌륭한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아이가 스트링 악기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어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없어도 계속 배우고 싶어 한다면 다른 플랜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 학교 외부 오케스트라가 있다면 조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악기에 대한 큰 애정이 없는 경우라면 학교에 밴드나 오케스트라가 없는 것이 아이의 악기에 대한 흥미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또한 형제자매의 악기가 아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다른 형제들은 다 현악기를 배우는 데 한 아이가 관악기를 배우게 되면 레슨 시간과 라이드 조정부터 학교 밴드와 오케스트라 스케줄 차이로 인한 시간관리 등 학부모님들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이 생깁니다. 같은 악기나 비슷한 악기군을 하는 Older Sibling 이 있다면 동생의 연습을 도와주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조언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형제자매의 경우는 같은 학교에 같은 오케스트라 또는 밴드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크므로 여러측면에서 좋습니다.
가정의 경제상황도 악기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렌트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악기가 있고, 렌트하더라도 리드나 기타 부속품을 구입해야 해서 초기비용이 필요한 악기가 있고, 꼭 구입해서 사용해야 하는 악기가 있습니다. 악기의 가격이나 렌트 비용도 악기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실력이 뛰어나 악기를 사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관악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악기 비용이 높은 스트링 악기는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악기의 사이즈에 따라 라이드에 필요한 자동차의 종류나 사이즈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콘트라 베이스 같은 경우는 밴이나 SUV 같은 차량이 아닌 일반 승용차에는 들어가기 힘들고, 역시 하프같은 경우는 이동시 픽업트럭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악기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Atarah Ben-Tovim 과 Douglas Boyd의 ‘The Right Instrument for Your Child’ 라는 책입니다. 벌써 4번째 에디션 까지 출판된 이 책은 구구절절 좋은 내용만 있는 책은 아니지만 학부모님들의 눈 높이에 맞는 악기 설명과 악기 선택법에 대한 유용한 제시를 해 줍니다.
내 아이에게 잘맞는 악기를 선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아이가 본인에게 잘 맞는 악기를 선택해서 즐겁게 배우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습니다. 현명한 악기 선택으로 아이가 평생 즐기며 연주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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