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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조의금 관행 이제는 바꾸자

살다 보면 "내가 나이 들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장례식이다. 젊은이들은 주로 결혼식에 많이 간다. 장례식에도 가끔 가지만 이때는 친구나 친지의 부모님 장례식이다. 그러다가 장례식의 주인공이 친구나 형제가 되면 이때는 정말 나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년이 되면 한 주가 멀다고 장례식에 가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조의금이다.

조의금은 원래 상부상조하는 의미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의 친지들을 보면 조의금이 마치 세금 납부하는 것 같다. 우리 집안 장례식에 누가 얼마를 냈으니 그 집안 장례식에는 얼마를 내야 한다는 식이다.

모두가 조의금 낸 것, 조의금 받은 것을 일일이 노트에 써놓고 확인을 하니 부고가 마치 세금 고지서 같다.

상주가 유력 인사일 때는 봉투 들고 눈도장 찍으러 가는 경우도 많다. 장례식은 고인의 삶을 기리고 엄숙하게 추모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 데 본래 뜻은 사라지고 돈 봉투 주고받는 자리가 되고 만 거다. 물론 조의금이 부담 돼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조의금 관행을 없앤다면 조문객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참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큰 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조카들이 가족회의를 하고는 조화는 물론 조의금도 일절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혹시라도 조의금이 부담스러워 못 오시는 분들이 있을까 걱정해서였다. 단 한 분이라도 이런 조문객이 있다면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조카들은 '조의금 사양'에 합의했다.

"어머님은 평생 남에게 베푸시며 사셨으니 우리의 이런 결정을 기뻐하실 줄 믿는다"는 조카들이 참 대견스러웠다. 사실 조의금 때문에 장례식 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부조가 많이 들어왔을 때는 장례 치르고 남은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둘러싸고 싸움이 나고, 적게 들어왔을 때는 장례 경비를 어떻게 분담하느냐를 놓고 유족들 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걸 보았다.

큰 언니는 생전에 죽음 준비를 해둬서 장례식을 치르는데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조문객들 저녁 한 끼 대접하는 게 자녀들 몫이었는데, 형제들이 나눠서 내니 부담이 되지 않았다. 조의금을 받지 않은 탓에 장례식장에서 작은 혼선들도 있었다. 조의금 봉투를 들곤 누구에게 줄지 몰라 당황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조의금을 안 받는 것만이 꼭 고인을 올바로 기리는 것은 아니다. 가깝게 지내던 미국인 친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나서 느낀 거다. 지역사회에서 꽤 명망이 있던 분인데 장례식장에 가보니 조화가 달랑 몇 개뿐이어서 놀랐다. 알고 보니 유족들이 조화를 사양한다고 지역 신문을 통해 알렸던 것이다. 대신 고인이 자원 봉사했던 교회나 단체에 기부해주면 고맙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인과의 가슴 뭉클한 사연을 들려준 추모사도 있고, 조크를 곁들여 좌중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게 한 조사도 있었다.

우리의 조의금 관행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금 내듯 내는 게 아니라 정말로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내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장례식의 주인공은 유가족이 아니라 고인이다. 고인을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조의금을 고인의 이름으로 뜻있는 곳에 기부할 수도 있다. 생전에 관여했던 사회봉사단체나 의료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다.

돌아가신 분을 기리며 어려운 이웃과 커뮤니티를 돕는 기회로 삼는다면 고인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

평소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웰빙이고, 웰에이징이다. 이것이 바로 소망소사이어티가 하는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 운동이다.


유분자 /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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