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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정의 음식이야기] 육회

17번째 이야기

프랑스 도심 외진 곳에서 허기를 달래려고 식당에 들어섰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언어 그리고 클로드 프랑소아의 샹송 마이웨이 음악이 향기로운 음식 냄새와 함께 나의 코와 귀를 간지럽힌다. 노랫말의 “여느 때처럼” 식당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급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10분쯤 기다렸을까, 서버가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온다.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란다. 육회다. 다시 확인해보지만 육회가 분명하다. 스테이크를 주문한 거 같은데 낮선 이국 땅에서 육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프랑스에서 처음 맛본 육회는 한국에서 먹은 육회의 맛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프랑스식 육회인 스테이크 타르타르. 쇠고기 안심을 잘게 다져 양념과 향신료를 곁들이고 구운 바케트빵과 함께 먹는 스테이크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에피타이저쯤이라고나 할까.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인 타타르족이 즐겨먹었던 말고기에서 유래한 육회는 프랑스에 와서 쇠고기로 대신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탈리아의 카르파치오, 카르파쵸라고도 불리는 육회는 차돌박이처럼 얇게 썰어서 올리브오일과 레몬즙, 식초, 후추 등과 야채, 치즈 등을 얹어먹는데 식감이 너무 좋아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일부 고급 식당에서는 송아지고기나 사슴고기를 쓰기도 한다.

독일에는 매트라고 하는 육회가 있다. 바로 돼지고기를 다져 만든 육회인데 소금과 후추를 넣어 간을 하고, 마늘과 허브, 생양파를 다져서 함께 먹는다. 역시 빵이나 비스킷에 발라 먹는다. 하지만 호불호가 분명해서 먹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고기는 무조건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돼지고기로 육회를 만든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한다. 기생충에 대한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한국도 1980년 이후에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해결돼 비교적 안전하다고 한다.

독일은 세균증식의 위험이 있는 돼지고기의 안전기준을 당일 만든 것만 판매하고, 반드시 2도 이하의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서 식품성 안전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서까지 먹는 이유는 아마도 그만큼 맛있어서일 것이다.

일본의 구마모토 육회는 다름 아닌 바사시라고 불리는 말고기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철분. 아연이 풍부한 말고기, 마블링이 좋으며 생강과 간장 마늘과 곁들여 먹는 바사시는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사쿠라 니꾸라고도 하는 바사시는 전투 중 고립된 지역에서 식량이 끊기면 이를 대처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말고기로 대신했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애저회라고 들어보셨나요. 임신한 돼지의 뱃속 아기돼지를 애저라고 하는데 제주도에서만 나오는 전통음식이며 일명 괴저라고도 불립니다. 이 애저를 칼로 곱게 다져서 육회와 비슷하게 양념하여 먹는데 미식가들의 전유물로 잘못 알려진 애저회의 유래는 조선시대 단백질 공급이 필요할 때 사산한 돼지의 아기돼지는 빈곤한 백성의 배를 채우기 충분했다고 전해진다.

육회 중 최악의 회는 바로 인회이다. 지금은 먹어볼 수도 없지만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바로 타르타르족의 인회이다. 유목민이면서도 기마족인 이들은 전쟁 시 식량이 떨어졌을 때 말고기를, 그도 여의치 않으면 말고기 대신에 바로 인육을 먹었다는, 지금 들으면 실로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1972년 우루과이 럭비팀을 태운 비행기가 안데스산맥에 추락하면서 생존자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야만 했으며 생존을 위해 죽은 동료의 살을 먹는 영화가 있었다. 죽은 후 영혼이 빠져나가 그저 고깃덩어리라고 주문을 외우며 먹었다고 하는 생존자들의 후기를 들었을 때 인간의 생존본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경외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트로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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