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튀기던 전장 중세 성(castle) 최고 볼거리로
해협·평야·평원 굽어보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들
중세의 다양한 건축양식
당시의 궁정 문화 그대로

백설공주의 성으로도 알려진 세고비아성. 12세기 알폰소 8세가 세운 후 여러 왕들의 증ㆍ개축이 이어져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수많은 전쟁을 치러난 공방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당시를 증언하는 박물관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백종춘 객원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실제 모티브가 된 성으로 알려진 성이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걸린 이곳 세고비아. 로마 제국 시절 인근 과다라마 산맥에서 물을 끌어오느라 지은 '2000년 현역' 수도교로 유명한 한때 스페인의 수도였던 곳이다. 워낙 아름다워서 '대성당의 귀부인'으로 불리는 세고비아 대성당을 비롯해서 도시 전체가 중세의 박물관과도 같다. 그래서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백설공주의 성이다. 무어인들의 언어에서 기원이 된 스페인어 알카사르는 궁전 혹은 요새란 뜻이다. 그래서 이 성의 공식 명칭은 세고비아성(Alcazar of Segovia)이다. 고대 로마의 요새가 있었던 자리에 12세기 알폰소 8세가 세운 후 여러 왕들의 증ㆍ개축이 이어졌다.
260피트 높이의 망루, 궁전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움직이는 다리를 지나 성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에스파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불리지만 수많은 전쟁을 치른 요새로도 유명하다. 성 내부의 각 방에는 옛 가구와 갑옷, 무기류가 전시되어 있고, 회화ㆍ태피스트리 등이 전시돼 있다. 무슬림에 대항하여 성(Castillo)이 많이 지어져 현재의 카스티야의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알폰소 10세의 카스티야 왕국 시절의 수도가 이곳이었다.
한때 피비린내 나는 공방전의 현장이기도 하고, 백성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기도 한 성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답기 그지 없다. 방어의 원칙을 따르느라 대개 높은 곳에 지은 까닭이다. 그래서 주위 경관이 아름다울 뿐더러 성 자체의 웅장함과 왕이나 귀족의 거처였던 까닭에 화려하기도 하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는 아름답기로 내로라 하는 세계의 성들을 찾아가 본다.
노이슈반스타인성, 독일

톱카피성, 터키
루트비히 2세는 성이 관광지 따위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자신이 죽으면 성을 부숴버리라고 유언했지만, 한때 낭비됐던 국고가 이 성의 관광 수입으로 인해 다시금 채워지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디즈니랜드의 신데렐라성이 이 성을 본떴다고 한다.
암베르성, 인도
누런 호박색이어서 앰버인가 했더니, 언덕 위에 세워진 앰비커시와르(Ambikeshwar) 사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힌두교 신들 중의 하나인 시바신을 이곳에서는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암베르(Amber) 혹은 아메르(Amer)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라자스탄 주 자이푸르에서 7마일 떨어진 이 성은 16세기말부터 18세기에 걸쳐 완공된 카시와하 왕조의 성이다. 성 아래 마오타 호수의 비치는 성의 경관도 아름답고, 호수에 지은 무굴양식의 정원도 독특하다. 2013년 라자스탄 주의 다른 다섯 개의 성과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페나성, 포르투갈
대개의 성들이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 반해 이 성은 노랑 빨강 등 알록달록한 외부의 색깔도 그렇거니와 규모 또한 작은 편이어서 꼭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성이다. 원래 성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수도원이었다가 부서져 방치되던 것을 페르난도 2세가 여름 궁전으로 개축했다가 이를 두 번째 왕비에게 선물로 바치느라 그랬다니, 수긍이 가기도 한다. 산꼭대기에 우뚝 솟아 있는 궁은 이슬람, 르네상스, 고딕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어우러져 있다. 1910년 마지막 왕비인 아멜리아 왕비가 떠난 당시의 모습대로 전시되고 있다. 지금은 박물관인 셈이다.
칼마르성, 스웨덴
발트해에 면한 칼마르 해협을 내려다보는 12세기 바이킹 시대에 지어진 방어용 성이었다가 400년이 지난 1592년 구스타브 왕과 그의 아들 에릭 14세가 중세의 이 성채를 근사한 왕궁으로 변모시켰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잘 보존된 르네상스 양식의 성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의 바닷물이 그대로 드나드는 해자를 비롯해서 주위 경관이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엘 모로성, 푸에르토리코
정식 이름은 '카스티요 산 펠리페 델 모로'(Castillo San Felipe del Morro)이지만 '엘 모로'라고도 불리는 카리브해의 동쪽에 자리한 푸에르토리코의 성이다. 푸에르토리코의 주민은 1917년 이래 미국 시민 자격은 누려왔으나, 선거권이 없는 미국의 해외 자치령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영국과 독일의 군대가 상륙코자 하는 바람에 지어진 요새로 오늘날 최고의 관광지 구실을 하고 있다. 카리브해에 자리한 16세기 스페인 양식의 성으로 카리브해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조물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곽 앞으로 펼쳐진 잔디밭과 카리브해의 푸른 물결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톱카피성, 터키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언덕에 자리해서 주변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1459년 오스만제국의 메흐메드가 건설을 시작해서 1467년 메흐메드 2세 때 완공됐다. '대포문'(Cannon Gate)을 뜻하는 성의 이름은 과거 해협 쪽에 대포가 놓여 있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성은 4개의 정원과 부속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400여 년 동안 계속된 증ㆍ개축으로 오스만 제국의 건축 양식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작은 사진=위키피디아
백종춘 객원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