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역사 칼럼] 아보카도와 아메리카
세계 모든 나라에는 자기네 나름대로 특색 있는 음식문화가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특유의 특색 있는 음식문화가 없다시피하고, 그 대신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융합된 것이 특징이다. 이와 비교하면, 미국에 인접한 멕시코에는 멕시코 특유의 음식문화가 있으며, 그 멕시코 음식문화가 미국에 전파되어 보편화하여 있어 어디를 가나 멕시코 식당이 많이 눈에 띈다.멕시코 음식은 매우 특이해서 우리 한국인에게는 매우 낯선 경우가 많다. 그중에 나초라는 칩을 찍어 먹게 되어 있는 ‘과카몰레’(Guacamole)라는 소스가 우리에게는 가장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맛과 식감이 매우 독특할 뿐만 아니라 색깔도 무척 이국적이다. 과카몰레는 ‘아보카도’(Avocado)라는 열매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다. 지금에 와서는 아보카도는 일본의 롤(Roll) 음식에도 많이 쓰일 정도로 점차 다른 나라 음식에도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열매이지만, 아보카도가 아메리카 대륙을 원산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보카도 나무는 멕시코 중남부에 위치한 푸에블라(Puebla)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여간 멕시코 지역이 아보카도의 원산지라는 주장이 정설이다. 이곳 지역의 원주민들은 거의 1만년 전부터 야생의 아보카도 열매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들은 5000년 전부터 아보카도 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고대 마야문명에서는 달력에 어느 특정한 달을 아보카도의 그림 문자로 표시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생활과 밀접하게 지내온 역사가 깊다. 물론 고구마, 감자, 가지, 옥수수, 고추, 토마토 등등 다른 아메리카 원산지 작물과 마찬가지로 아보카도 역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항로를 발견한 이후에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소개되어 전해졌다. 하지만 아메리카 이외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아보카도를 먹는 것은 매우 생소한 일이다.
인간이 재배하기 전에는 아보카도 나무는 주로 덩치 큰 짐승들이 아보카도 열매 전체를 삼킨 후 배설하면 씨앗은 소화되지 않고 짐승 몸 밖으로 배출되어 넓게 번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재배하면서부터 아보카도 나무는 점차 인간의 힘에 의지하여 번식하는 작물로 변해 버렸다. 영양이 풍부한 열매를 생산하여 동물에게 먹여 주면서 자손을 번식시키는 아주 현명한(?) 전략이라고 하겠다. 멕시코 지역에서는 아보카도 나무를 재배하는 역사가 몇천 년이 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멕시코 사람들의 주식이다시피 하다. 이처럼 아보카도 나무는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고대에는 원주민들로부터 매우 신성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아보카도라는 이름은 멕시코 원주민의 말 ‘Ahuacatl’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이 단어의 뜻은 남성의 ‘고환’(Testicle)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마 아보카도 열매의 모양이 고환과 비슷한 데서 그렇게 이름 지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아스텍 인들은 아보카도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효능이 있으며, 그 효능이란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일종의 약이라고 믿었다. 영어에 도입되어서는 이 열매의 이름은 ‘Avocado Pear’라고 불렀는데, 아마 배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지은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은 잘못 알아듣고 ‘악어 배’라는 뜻으로 ‘Alligator Pear’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과일이 외관상으로는 악어가죽처럼 보이기 때문에 ‘악어 배’라는 이름을 계속 갖고 있었으며, 1900년대 초 미국의 어느 사업가의 마케팅 노력으로 마침내 ‘아보카도’라는 제 이름을 찾게 되었다. 아보카도 열매는 익으면 물컹한 버터 같은 질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아보카도를 ‘버터 과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보카도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833년 무렵이다. 그 이후로 주로 온화한 지역인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하와이와 같은 곳에서 많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50년대까지 아보카도를 먹는 것을 많은 미국 사람들은 기피했다. 사람들이 이 맛있는 과일을 기피한 이유 중 하나는 아보카도가 최음제 성분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보카도는 1980년대에 점차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의 영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저지방 다이어트가 유행했기 때문이다. 차후에 사람들이 영양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아보카도에 불포화 지방의 영양소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욱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미국에서만 한 해에 10억 개가 넘은 아보카도가 소비된다고 한다. 참고로 3.5온스짜리 아보카도 하나를 먹으면, 각 영양소의 하루 섭취 필요량을 채울 수 있는데, 비타민 K의 26%, 엽산의 20%, 비타민 C의 17%, 칼륨의 14%, 비타민 B5의 14%, 비타민 B6의 13%, 비타민 E의 10%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아보카도는 다양한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고, 게다가 아보카도 하나에는 160㎈의 열량과 2g의 단백질과 15g의 불포화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이렇게 영양 만점의 과일이 아메리카를 원산지를 두고 있다는 점과 우리가 매일 건강식으로 마음껏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매우 자랑스럽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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