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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은(銀) 이야기

영원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사람들은 영원을 좋아합니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영원한 우정을 자랑합니다. 맹세의 대부분은 영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만남, 사랑을 꿈꾸는 거죠. 종교에서도 영원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은 종교에 '영생'을 들여다 놓았습니다. 영생이 없다면 종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보기에 영생을 하고 있는 사람도 없고, 영생을 한 사람을 알고 있지도 못합니다. 없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영생을 모른다고 해서 영생이 없다는 말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영생을 이야기할 때, 증거는 늘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는 수만 년 전의 이야기부터 수만 년 후의 이야기까지 관심이 많습니다. 빙하시대의 공룡부터 지금 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까지 어찌 보면 우리의 삶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에 관심을 보입니다. 선조에 관심이 많고, 진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닥칠 지구의 위기도 걱정이 많습니다. 내가 그 때까지 살지, 못 살지도 모르면서 별의별 일에 관심을 둡니다. 그걸 영생의 증거라고 말합니다. 영생이 아니라면 관심을 둘 이유도 없다는 것이죠. 우리는 지금 하루를 살고 있지만 영원을 살고 있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나는 오랜 인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몸입니다. 내 세포 하나하나가 그렇습니다. 또한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인류 역사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영생을 살고 있는 몸입니다.

영원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영원한 사랑은 꿈처럼 보일 겁니다. 실제로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가득합니다. 결혼식에서는 영원을 강조합니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라는 표현은 흰머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라 흰머리가 되어도, 어떤 모습이 되어도 영원히 사랑하라는 표현입니다. 영원함을 상징하는 것으로는 다이아몬드나 금이 있습니다. '은'은 여기에는 잘 못 낍니다. 당연히 다이아몬드나 금이 은보다 훨씬 더 비쌉니다. 금은보화라고 하면 오히려 은을 대접해 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보통 은을 보화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아마도 은은 색이 변하는 경우가 많아서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은수저의 색이 변하면 음식에 독이 있는 것이라는 옛 말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은은 색이 잘 변합니다.

그래도 은이 빛을 발하는 경우가 있다면 은혼식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풍속은 아닙니다만 결혼 후 25 주년을 은혼식, 50주년을 금혼식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여러 이유로 은혼식도 어려웠습니다. 건강이나 전쟁 등의 문제로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금혼식은 물론 더 힘들었겠지요. 요즘엔 장수하는 부부가 많아서 금혼식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금혼식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부부는 유별(有別)이라는 말을 합니다. 저는 삼강오륜의 오륜을 모든 관계에 적용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즉, 부부는 유별인 동시에 유의(有義), 유친(有親), 유서(有序), 유신(有信)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유별은 특별하다는 의미입니다. 서로에게 부부는 특별해야 합니다. 그리고 옳은 일을 의리 있게 같이 해야 하고(유의), 서로 믿어주어야 합니다(유신). 힘든 일일수록 서로 먼저 하려고 하는 마음도 중요합니다(유서). 서로 생각도 모습도 식성도 닮아 갑니다(유친). 부부는 함께 살면서 닮는 게 정상입니다. 피를 안 나누어도 닮는 기적을 부부가 보여줍니다.

올해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25년이 되었습니다. 영원한 하루를 매일매일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부족한 서로를 잘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은'도 참 귀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은은 가끔씩 닦아주면 늘 새것처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생활의 지혜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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