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최선호 역사 칼럼] 미국에서 여성의 참정권 역사

미국 이민 생활의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미국에서는 제사를 지낼 경우가 거의 없어 좋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종갓집 맏며느리는 맏며느리대로 제사 준비에 바쁘고 다른 며느리들은 그들대로 눈치 보랴 도와주느라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다. 제사를 지내고 안 지내는 문제를 떠나서, 남녀가 불평등하게 살아온 인류의 역사가 길고도 길다. 남녀가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서 생활하는 미국은 여성들에게는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천국인 미국도 여성들에게 정치적 권리를 준 것은 놀랍게도 불과 90년밖에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남녀동등을 주장한 것도 겨우 40여 년 전의 일이다.



미국 독립 이후 극소수의 여성 운동가들이 여성의 정치적 참여를 간간이 주장하여 왔으나, 남성들이 쌓아 놓은 기존의 성벽을 허물지 못하다가 20세기에 들어서야 그 빛을 보았다. 1920년 미 의회는 연방헌법 19차 개정안 ‘19th Amendment’를 통과 시킴으로서 여성 투표권을 허용하여 주었다. 그것도 1차 세계대전에서 여성들이 방위산업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은 대가로 특별히 배려해준 것이라고 하니 가소로울 정도이다. 흑인노예들에게 참정권을 준 것이 1870년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여성들을 노예보다도 못하게 취급했던 것은 아닌지? 그것도, 주마다 입장이 달라 실제로 여성 참정권을 허용한 시기가 주마다 다르다. 물론,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1920년 훨씬 이전에 이미 여성 참정권을 허용해 온 주들이 상당히 여럿 있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동부, 남부 지역은 연방헌법 개정 이후 겨우 마지못해 여성투표를 허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남부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조지아 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1922년이 되어서야 여성들이 투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조지아 주의회는 여성참정권을 인정하는 연방헌법 개정조항을 1997년에 뒤늦게 비준했다고 하니 우습기까지 하다. 그동안 80년 가까이 투표해온 여성들의 표는 무효라는 말인가?



정치적 참여권을 손에 쥐고도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서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여성 참정권이 허용된 40여 년 이후인 1960년대이다. 그 후, 여성 해방운동에 의해 성차별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여성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풍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들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5%에 이르지 못한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생각 할 수 있듯이, 남성들이 여성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관습은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이고 생리적인 차이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남성들이 신체적으로 건장해 여성보다는 힘이 세기 때문에 밖에서 먹을 것, 입을 것을 구해오고, 아이를 낳는 역할은 생리적으로 여성에게 지워져 있음으로 집안에서 집안일 하며 자연적으로 남성들의 능력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사회구조가 많이 바뀌고, 능력 있는 여성이 사회적 능력을 갖추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전문가(여성)의 의견에 따르면, 여성들 자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많은 여성이 사회에서 활약하며 수입을 벌어오면서도 항상 여성 자신이 벌어 오는 돈은 집안에서 항상 이차적 수입이며, 한 가정의 주 수입원은 남편이 벌어 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어서 하자면, 만일 여성이 벌어 온 수입이 한 가정의 주된 생활비로 쓰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그 여성 스스로가 “뭔가 잘못되었구나”하고 “실패한 인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아직도 남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여성이 자신들이 권리를 스스로 생각을 고쳐가면서 몸소 찾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이 찾아 손에 쥐여 줄 것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 여성들도 스스로 한번 둘러볼 일이다.



한편, 남성들이 여성들을 무시하는 풍조를 해소하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이 세상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는 없다. 자식을 끊임없이 쏟아 부어주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아무 조건이 없다. 이 때문에,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어머니는 한없이 위대한 존재이다. 여기서, 아리스토 텔레스의 3단 논법에 따라 한번 따져보자. 어머니는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존재다. 모든 어머니는 여성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여성을 존경한다. 이렇듯, 만일 모든 남성들이 모든 여성을 자신들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 여성들을 제대로 대우하게 되지 않을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