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화창한 마음의 날씨: 오늘도 해가 이겼으면 좋겠네
어린 시절 기억하는 이솝우화 중에 “해와 바람”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해와 바람이 서로 자기가 힘이 세다며 자랑을 하고 있었다. 마침 나그네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누가 먼저 나그네의 코트를 벗기는지 내기가 시작되었다. 바람이 먼저 나그네를 향해 힘차게 바람을 불었다. 바람이 불자 나그네는 외투를 꼭 끌어 안았다. 바람은 더 강력한 바람을 날렸다. 바람이 세지면 세질수록 나그네는 코트를 더욱 움켜 쥐었다. 바람은 나그네의 코트를 벗기지 못했다. 해의 순서가 되었다. 해는 잔뜩 웅크린 나그네를 향해 따스한 햇살을 비추기 시작했다. 나그네는 움츠린 어깨를 펴며 하늘을 바라봤다. “거참, 오늘 날씨 참 변덕스럽네.” 해가 따뜻한 햇살을 더 내리쬐자 나그네는 외투를 벗었다. 바람은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달라스의 날씨는 여전하다. 아침에 비가 내리다가도 오후에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스산한 아침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오후의 햇살은 여름을 방불케 한다. 운전 중 에어컨을 틀다가도, 저녁이 되면 자켓을 입어야 할만큼 쌀쌀하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달라스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흐린 하늘 아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비가 오면 이곳 저곳 쑤신다고 하신다. 젊은 사람들도 흐린 하늘아래 구름의 무게를 온몸에 실은 것마냥 천근만근 무겁다. 늘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는데, 화창한 봄 날처럼, 이글이글 끓는 여름처럼, 높고 깊은 가을하늘처럼 맑았으면 좋겠는데,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대했던 좋은 날이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기대하지 않은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한다.
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우선 체감기온이 다르다. 같은 온도여도 흐린 날은 맑은 날보다 춥고 스산하다. 햇빛이 비추지 않아서일까? 가시거리도 차이가 난다. 맑은 날은 동쪽 하늘 끝까지 볼 수 있지만, 흐린 날은 주차장 너머에 있는 건물의 입구도 선명하지 않다. 늘 다니던 길도 낯설 때가 있다. 온 세상이 좁아진다.
우리 마음에도 날마다 내기가 한창이다. 맑은 날이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다. 맑았다가 흐려지기도 하고, 30분 만에 다시 화창해 지기도 한다. 무엇의 영향을 받는걸까? 날씨와 같은 외부 환경들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환경은 우리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의 날씨는 생각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 물론, 병적인 이유로 조절할 수 없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늘에 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도 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 해가 있으면 따스하고 화창하지만, 문제의 먹구름이 해를 가리면 스산하고 우중충해진다. 우리 마음 속에 항상 해가 떠 있을 수는 없을까? 그러면 날마다 화창하고 따뜻한 날이 이어질텐데.
일교차가 커지면 아침에 안개가 생긴다. 한낮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밤의 찬공기를 만나면 공기중에 물방울이 생긴다. 물방울이 땅에서 가깝게 맺히면 안개가 되고, 하늘에서 맺히면 구름이 된다. 보통, 안개는 해가 뜨고 1~2시간 지나면 따스한 햇빛에 사라진다.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환경에 갑작스런 문제가 생겼을 때, 마음의 온도와 환경의 온도차가 우리 마음에 안개를 만든다. 안개가 짙어질 수록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 안개가 가득한 우리 마음에도 해가 필요하다. 안개가 자욱한 곳에 해가 뜨면 안개가 언제 있었냐는 듯 걷히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을 빛에 비유한 표현들이 많다. 태초의 빛이시며, 새벽 빛과 같으시고, 공의의 빛을 발하시는 분이시다. 그냥 빛 자체이시다(요일1:5). 그 빛 앞에 서면 감출 것이 없고, 차가운 마음과 단단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 빛이 우리 마음에 비취면 먹구름은 사라지고, 안개는 걷히고, 화창한 날이 된다. 비로소 길이 보인다. 아직 환경은 그대로 일수 있다. 그러나 비바람이 요란하게 몰아치는 날에도 집안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한 것처럼, 밖은 시끄러워도 안은 조용하고 평온하다. 환경의 문제는 여전하지만, 따스한 그분의 빛을 쬐고 있으면 평온해 진다. 문제가 더이상 문제가 안된다. 해가 뜨고 조금 지나면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사라지는 것처럼.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원망과 불평은 우리 마음 속에 얼음과 같다. 따뜻한 그 빛을 차단하는 힘이 있다. 바람이 세질수록 나그네가 코트를 움켜쥐듯, 원망과 불평은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떠오르는 태양을 유지하고 싶다면 원망과 불평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바람이 몰아친다 해도 태양은 먹구름 위에서 여전히 빛을 내고 있다. 잠시 가려졌을 뿐이다. 때로는 먹구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비가 오고 나면 땅은 더욱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시편기자는 고난도 유익(시 119:71)이라고 고백했다. 연단을 거친 믿음은 정금같이 된다. 연단의 과정을 지나면서 모든 불순물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믿음의 방해물은 제거되고, 원망과 불평도 사라지고 오직 주님만 남게 된다. 때때로 먹구름이 허용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에 어떤 문제가 다가와도 빛 되신 주님이 함께 하시면 가진 문제와 상관없이 우리의 마음은 평안하다. 환경의 먹구름 때문에 잠시 보이지 않을 뿐, 의로운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하늘에 태양은 오직 하나, 먹구름이 해를 대신할 수 없다. 가득한 먹구름 때문에 얼음처럼 머물지 말고, 주의 집에 앉아 주님을 기다리면 된다. 오늘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루를 말씀과 기도로, 찬양으로 채우면 된다. 빛이 비추기 시작하면 코로나 팬데믹도 사라지고, 의심의 구름이 걷히며, 환경의 모든 문제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쨍~하고 해 뜰 날이 반드시 돌아온다.
오늘도 달라스에는 바람이 분다. 해가 내리 쬔다. 오늘도 해와 바람이 내기를 하나? 오늘은 누가 이길까? 오늘은 해가 이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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