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팻팸] 복제되는 반려동물들
얼마 전 한국 재계의 거목인 이건희 회장이 오랜 투병 끝에 영면에 들었다. 그런데 관련 기사 중 하나가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그가 아꼈던 강아지에 대한 기사였다. 이름은 벤지, 포메라니안 품종이었는데 이 회장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2009년 16살의 나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 회장은 벤지의 체세포를 충남대 김민규 교수팀에 전달했고, 그 결과 2010년 벤지의 복제견 두 마리가 태어났다. 이 회장이 직접 키우는 대신 삼성안내견 교육센터가 도맡아 관리하다 추후 일반인에게 분양했다. 그런데 냉동상태로 보관된 벤지의 체세포는 2017년에 다시금 네 마리의 주니어 벤지로 복제됐다. 두 마리의 대리모에서 각각 두 마리가 태어났는데 동일한 유전자를 가졌음에도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고 전해진다.동물 복제의 역사는 1996년 시작됐다. 그 이름도 유명한 ‘복제 양 돌리’. 이름은 미국의 팝스타 돌리 파튼에서 따왔다. 영국의 이언 월머트 박사 등은 6년생 양의 체세포에서 핵을 채취해 핵을 제거한 난자에 찔러 넣어 배아를 만든 후 또 다른 대리모 양의 자궁에 이식해 복제 양을 얻었다. 이것은 세계 최초의 포유동물 복제였다. 돌리는 노화에 따른 폐 질환으로6년여 만에 안락사했다. 한국에서도 2005년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팀이 아프간하운드 복제견 스너피를 탄생시켰다. 스너피의 복제기술은 돌리의 그것과 유사하다. 이전까지는 복제동물이 일반동물보다 수명이 짧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스너피는 10살 정도 살다가 사망했는데 아프간하운드 평균수명이 12살 정도인 것과 비교해볼 때 복제동물도 일반동물과 수명에서 큰 차이는 없다는 의견이 새로이 제시됐다. 또한 스너피의 생식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스너피의 정자를 다른 복제견 암컷의 난자와 인공수정을 통해 새끼를 낳음으로써 번식능력 또한 증명했다.
이제 동물복제는 각 나라에서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동물을 복제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 이르렀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기 전 똑같은 유전형질을 갖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복제해달라고 의뢰한다. 복제기술이 발달한 한국까지 의뢰가 가기도 하고 미국 내 여러 복제 전문업체에서도 원하는 반려동물을 복제해준다. 왕년의 스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현재 키우고 있는 개가 원래 키우던 개의 복제견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경찰견이나 마약 탐지견 같은 특수 견을 복제해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미 탁월한 능력이 검증된 경찰견이나 마약 탐지견을 복제하는 것이 일반 견을교육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물 복제는 사람의 복제연구보다는 윤리적으로 제한을 덜 받는다. 하지만 한 마리의 반려견이나 경찰견의 복제를 위해선 난자를 제공하는 개, 대리모가 되어주는 개 등 많은 수의 개가 필요하다. 또한 모든 반려인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오랜 기간 함께 살기를 바라지만 인위적으로 복제동물을 만들면서까지 한 마리와의 유대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 펫팸족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만일 5만에서 10만 달러의 비용이 감당된다면 나의 반려동물을 복제할 것인가. 복제동물의 모습은 같을지라도 그 성격과 기질까지 같을 수는 없다. 그것은 유전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닌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 반려동물과 함께 나눈 사랑과 그에 대한 추억이다. 과연 복제된 반려동물에게서 소중한 그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까.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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