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예전만큼 잘 안 쓰이는 단어가 된 것 같지만, 척척박사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든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박사(博士)의 박자는 넓다는 의미로 아주 넓은 범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쓰였다. 그러나 오늘날 박사는 넓은 지식보다는 자신이 전공한 해당 분야 내에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학문의 분야가 다양해지고 좁은 범위 내에서도 연구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지면서 학식이 높은 사람일지라도 전문 분야가 아니고는 영 문외한이 되는 경우도 많다.부엌 싱크대 밑에 설치된 정수기 꼭지에서 물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며칠 동안 생각하던 아들이 구글을 통해 얻은 식견으로 자기가 척척박사인 양 아주 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부품을 사 왔다. 정수기와 똑같은 회사 것을 샀다. 안내서를 보고 꼭지를 교체하려고 고장 난 부분을 뜯었다. 두 줄로 연결되어 있다. 한쪽은 정수기 다른 한쪽은 수도꼭지. 정수기에 붙은 줄은 쉽게 해체할 수 있었으나 수도꼭지에 붙은 줄은 해체가 되지 않았다. 있는 힘을 다 쓰고 집에 있는 연장은 다 꺼내어 사용해 보았지만, 나사가 풀리지 않았다. 너무 오래되어 녹이 슬어 굳어 버렸다. 내가 제안했다. 가계에서 플럼버들이 녹슨 파이프를 교체할 때 사용하는 화학 약품이 있다. 그 약품을 녹슨 부분에 뿌리면 하얀 거품이 나면서 몇 분 후에 나사를 돌리면 풀리더라고 조언했다. 듣는 둥 마는 둥 젖 먹던 힘까지 써보았지만 안되었다. 할 수 없이 홈디포에 가서 화학약품(WD-40)을 사서 녹슨 부분에 뿌리니 나사가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다음 새로 사 온 제품으로 교체하려고 하니 오래된 제품과 새것이 고리가 맞지 않는다. 오래된 제품과 신상품 사이즈가 맞겠는가. 머리를 흔들며 맞춰 보았지만 허탕이었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인간이 인공지능처럼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에게 창의성이 없어지고 모험정신이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은 무조건 구글을 통해 알려고 한다. 그 사물 자체를 뜯어보고 구조를 알아야 고치고 교체하고 반듯하게 만들 수 있다. 구글은 우리의 전통적인 직업에 있어 인간보다 뛰어난 수행 능력을 갖춘 것이 드러난다면 우리는 인간에게 효율과 성과 등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수학 과학 등을 지나치게 요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요즈음 세대 사람들처럼 모르는 것은 구글을 통해 찾아 필요한 요건을 준비해 놓고 일을 시작하면 꼬이는 데가 분명히 발생한다. 그곳은 전문가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플러밍 작업도 보기에는 쉽게 보였다. 실제로 일을 시작해보니 처음 몇 가지는 해결했지만, 완성은 되지 않았다. 전문가는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맞지 않으면 다른 어댑터를 이어 고칠 수 있다. 그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쾌적하게 살기 위해 더 효율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배우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해낼 수 있다. 정성 들여 배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소중한 전문적인 가치들이다.
양주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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