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대통령 집무실 ‘결단의 책상’
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백악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더믹과 정치적 양극화 등 산재한 현안을 풀어갈 새 대통령을 맞았다.백악관 안에는 타원형으로 생겼다는 데서 유래해 ‘오벌 오피스(Oval Office)’라고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집무실의 실내 장식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통령 집무실에도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히스패닉 노동 운동을 이끌었던 시저 차베스와 흑인 인권 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두상이 집무실 한쪽에 자리 잡았다. 벽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와 재무부 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턴의 초상화가 걸렸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의 많은 소품과 장식품이 바뀌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이라고 불리는 대통령의 책상은 그대로였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서류에 서명하는 자리이기에 ‘결단의 책상’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지만 사실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결단(Resolute)’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까지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1850년 북극해를 탐사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진수한 배 한 척으로부터 시작한다. 영국 정부는 흔들리지 말고 북극해를 개척하라는 뜻을 담아 배 이름을 ‘단호하다, 결단하다’라는 뜻의 ‘레졸루트(Resolute) 호’라고 정했다.
1854년 이 배는 북극해를 항해하던 중 빙하에 갇혔다. 선장과 선원은 배를 버려두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 여름이 되자 빙하가 녹으면서 이 배는 북극해를 표류하다가 미국 국적의 포경선에 발견되어 미국으로 인양 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 배를 사들인 후, 영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영국 정부에 선물로 보냈다.
이후 이 배는 영국 해군 선박으로 쓰이다가 1879년 해체되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배를 되찾아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배에서 나온 참나무를 재료로 책상을 만들어 미국 정부에 보냈고, 배의 이름을 따서 ‘결단의 책상’이라고 불리며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의 책상으로 쓰이고 있다.
이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의 책상’ 앞에 앉았다. 청교도 정신을 기초로 세워진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 화합과 일치를 통한 국민의 행복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단호하면서도 품위있는 결정을 이 ‘결단의 책상’ 위에서 내리기를 바란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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