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전성과 효율성의 딜레마
안전성과 효율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효율성을 높이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안전성을 높이면 그만큼 효율성이 떨어진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실제 대부분 기업이 각종 제품을 출시하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지만 완벽한 조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른바 안전성과 효율성의 딜레마이다.
최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몰던 차가 전복 사고를 당한 것이 장안의 화제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치명적 중상은 아닌 듯하다. 불행 중 다행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속’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필이면(?) 우즈가 몰았던 차량은 현대자동차가 만든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제네시스 GV80’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단 첫 번째SUV 차량이다.
사고 차량이 중앙분리대의 표지판을 들이받고, 여러 차례 굴러 전복되었음에도 우즈는 당시 구조 요원들과 대화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백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특히 머리 부상과 탑승자들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앞 좌석에 설치한 센터 사이드 에어백이 쿠션 역할을 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을 법하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차량이 안전하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현대는 이 모델을 출시하며 운전자의 편의성과 함께 차량 안전 사양을 대거 적용했다. USA투데이도 ‘우즈의 자동차 사고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고급 차 브랜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경영적 측면에서 볼 때, 현대가 차량의 안전성에 치중한 것이 어쩌면 적중했다고 할 수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차량 설계 시 비용절감 등을 고려한 효율성도 심각하게 검토했다.
어느 것을 더 우선시하느냐는 말 그대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정부와 각종 조직의 의사 결정(decision-making)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파로 인해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수많은 주민이 추위에 떨었다. 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두고 각종 미디어와 SNS에선 갑론을박이다. 사고가 터지자 각종 SNS에는 과학자들이 수년 전부터 북극발 한파에 대한 대비를 요구했음에도 당국이 무시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텍사스 주요 도시의 연평균기온은 화씨 68도(섭씨 20도) 안팎이다. 따라서 그동안 발전소의 방한 대비 필요성은 거의 없었다.
텍사스주 당국이 전력시스템의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소홀한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이런 가운데 이번 혹한으로 발전소들이 전력망에서 이탈하자 텍사스의 전력 수요는 여름철 혹서기 때의 수요와 거의 맞먹었다. 그 결과 주 당국은 대규모 정전의 규모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비용 절감과 자율 경쟁에 따른 효율성에 치중한 나머지 ’대비할 수 있었던 재난‘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필자가 페이스북에 ’텍사스 정전사태는 인재‘라는 글을 올렸더니, 모 대기업의 CEO인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사고란 어떤 기준으로 대비할지가 참 어렵다. 10년, 30년, 50년, 100년에 한 번? 어느 정도에 대비해야 할지…“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초로 효율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의사 결정권자의 고뇌가 엿보인다.
어찌 기업 CEO나 정책결정권자뿐이겠는가?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도 재화가 한정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항상 효율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변화에 걸맞게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시중(時中)이라고 중용(中庸)은 말하고 있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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