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펫팸] 눈에 대한 몇가지 궁금증
늦은 밤 운전을 하다 보면 도로 옆 갓길에서 빨간 눈동자가 번쩍거려서 깜짝 놀라 속도를 줄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두운 밤에 도로를 건너기 위해 주변을 살피는 사슴이다. 비록 사슴이 야광 옷을 입거나 야광등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도 자체로 ‘야광’을 발하니, 밤길 어느 정도 서로 안전할 수 있어 좋다. 사실 밤에 번쩍거리는 눈동자를 펫팸족들은 집안에서 늘 볼 수 있다.개와 고양이의 눈에는 사람에게는 없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는 반사층막(tapetim lucidum)이 있다. 망막 뒤에 위치하며 눈에 들어온 빛을 모아 망막 쪽으로반사한다. 이런 능력은 특히 야간에 빛을 발해 어두운 곳에서 눈이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 샤인(eye shine)’ 현상을 나타낸다. 반사되는 색깔은 망막에 있는 피그먼트에 의해 결정된다. 동물에 따라 달라서 노란색, 붉은색, 초록색 등 다양하게 보인다. 반사층막 덕택에 이들은 사람보다 밤에 더 잘 볼 수 있어 불 꺼진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게 가능하다. 야생동물로 살아간다면 야간사냥도 잘해낼 수 있다. 게다가 빛을 잘 감지하는 간상세포(rod cell)가 망막에 많아서 밤에도 움직임을 잘 포착한다. 사람이 사물을 구별할 수 있는 밝기의 6분의 1 상황에서도 고양이는 사물을 선명하게 알아본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또렷하게 보는 것만큼 나의 반려동물도 나를 잘 볼 수 있을까. 사람은 가까운 것과 먼 것을 볼 때 그것에 맞게 수정체의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수정체 조절이 제한적이어서 초점을 맞추기 위해 적어도 30~50cm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보다 가까우면 흐리게 보일 뿐이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눈앞에 있는 간식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후각에 의존해 결국 찾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들은 근시에 가깝다. 고양이의 경우 6m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평소 강아지가 날아다니는 나비를 쫓아다니고 고양이가 흔들거리는 깃털 장난감에 신이 나서 반응하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사람보다 소위 ‘동체 시력’이 좋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사물을 보는 시력이 뛰어나다. 사람보다 10배 더 움직임을 잘 포착한다.
많은 펫팸족이 궁금해하는 또 하나의 질문은 ‘그들은 과연 색맹일까’. 사람은 망막에 초록·빨강·파랑을 구별하는 3가지 원추세포(cone cell)가 있다. 세 가지 색깔을 조합해서 다른 다양한 색깔을 인식한다. 반면 개는 파랑과 노랑의 원추세포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빨강·초록은 노란색 비슷하게 보이고, 사람만큼 다양하게 색깔을 구분하지는 못한다. 사람으로 치면 적록색맹 비슷하다. 고양이도 두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지며 빨간색은 알아보지 못한다. 만일 강아지 장난감 공을 고른다면 파란색이나 노란색 공이 그들의 관심을 더 끌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양이 눈의 특별한 점을 짚어보려 한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애니메이션이나 카툰에서 그려지는 커다란 동공(pupil)을 가진 고양이를 보았을 것이다. 보통 고양이의 눈은 슬릿처럼 좁은 세로 모양을 한 동공을 가지거나, 안구를 다 차지하는 커다랗고 둥근 동공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람도 빛의 양에 따라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지만, 최소·최대일 때의 동공 면적 차이가 15배 정도인 데 비해 고양이는 300배 수준이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사항 한 가지. 주변 빛의 양이 변하지 않았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동공을 크게 확장한다면 그것은 위협이나 공포를 느껴서 빛의 양을 늘리려는 생존 반응이다. 갑자기 점프해 달려들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