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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확증 편향의 정치병자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 출신 중 거의 유일한 트럼프 지지자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와 페이팔(Paypal)을 공동 창업했던 그는 현재 팔란티어(Palantir)를 이끄는 인물 중 하나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미국 정부도 팔란티어의 고객이다. 트럼프 지지자라는 낙인이 찍힌 틸 탓에 이 기업은 종종 불필요한 논란에 시달린다.

트럼프 행정부 때 일이다. 경제 전문지 포춘에서 팔란티어의 제품 담당 매니저(당시 라이언 베어메이스터)와 인터뷰를 했다. 실리콘밸리 전문 기자인 마이클 레브람이 직접 나섰다.

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인데 전문 기자가 진행하는 것치고 인터뷰가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논란이 있던데…왜 이민자를 추방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계약했는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팔란티어가 일조를 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다.

라이언 베어메이스터 매니저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차근차근 답했다. “우리가 ICE와 하는 일은 추방 작업과 아무 관련이 없다. 명확히 말하자면 추방은 ICE 산하 추방단속팀(ERO)이 담당한다.” 기업인이 되레 기자에게 ICE 업무를 설명해주는 상황이 됐다.

당시 팔란티어는 ICE 요원 사살 사건과 관련, 배후를 찾는 데 있어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고 싶은 모양새였다. 기자는 “그러한 점이 기업 이미지에 손상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식으로 되물었다. 인터뷰는 점점 산으로 갔다.

베어메이스터 매니저는 “예를 들어 ICE는 2018년에 약 3000명의 아동 성착취범들을 감옥에 집어넣는 멋진 일도 했다. 800명 정도의 아이들도 구했다. 그때 우리의 기술이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이번엔 기자가 한 청중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질문자는 “800명의 아이를 구한 건 좋은데 왜 철장(난민 구치소) 안에 갇힌 아이들은 못 구하느냐”고 물었다. 베어메이스터 매니저는 우문을 현답을 통해 웃으며 넘겼다. “ICE 계약건은 2011년에 오바마 정부가 주선해준 것이다.” 난민 구치소가 어느 행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ICE와의 계약이 어느 행정부로 인해 성사가 된 것인지를 에둘러 빗댄 답변이었다.

최근에도 팔란티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오르자 좌파 진영에서는 팔란티어가 “앞으로 정부와 계약 수주를 못할 것”이라고 비꼬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한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팔란티어는 정권 성향과 별개로 여전히 정부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가정보국장 애브릴 헤인스는 팔란티어의 컨설턴트 출신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컨설팅 회사(WEA) 운영 당시 팔린티어와 일한 적이 있다.

좌파 진영이 팔란티어를 비꼬면 비꼴수록 자폭하는 꼴이 됐다. 비판적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드는 이유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이 기업은 망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팔란티어를 세운 공동 창업자들 중 하나인 알렉스 카프는 정치적으로 틸과 정 반대인 열혈 좌파다.

그런데도 정작 기업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팔란티어를 한 예로 들었지만 요즘 보면 이런 이슈가 한두 개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편협하게 함몰되면 모든 게 굴곡져 보인다. 확증 편향이 사고의 기제로 작용하고 그 시각을 바탕으로 사회를 인식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시대 같은가. ‘정치병자’들에게도 그 책임은 있다.


장열 사회부 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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