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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런던 택시 기사들의 ‘젊은 뇌’

의과대학 후배 중에 전직 레슬링 선수가 있다. 일찍 미국에 이민 와서 레슬러로 이름을 날리다가 한국에 나와서 의학 공부를 했다. 졸업은 나보다 뒤지만 나이는 동갑이다. 내과 의사로 평생 근무하다가 은퇴한 후에는 켄터키주의 작은 마을에 진료비 1달러를 받는 무료 진료소를 세웠다.

몇년 전에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약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으면 진료소를 닫아야죠.” 그가 드디어 은퇴를 했다. 내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이유는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87세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91, 92세에 각각 세상을 떠나신 내 부모님들이 총총한 기억력과 두뇌 능력을 자랑하셨으니 기억력 저하에 대한 가족력이 없는 것은 다행이다. 더구나 세살에 앓은 홍역의 합병증으로 심한 기관지염과 천식 때문에 50대 중반에 폐기능이 일반인의 50%로 줄어든 상태에서도 92세까지 열심히 사셨던 어머니의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내가 아닌가.

그러나 나는 결코 방심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로 계속 일하고 싶고, 48년간 본 환자들에게서 배운 지식을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정신과 문제가 있어도 수치심 때문에 숨기는 한인들, 특히 어린 2세들의 치료를 미루는 부모들의 편견을 고치는데 보탬이 되고도 싶다.

최근 나는 두뇌의 기능을 최고 상태로 유지시키는 연구 논문이나 신간 서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 읽은 ‘키프 샤프(Keep Sharp: Build a Better Brain at Any Age)’는 CNN방송의 의학 기자로서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신경외과 의사 산제이 굽타가 일반인들을 위해 쓴 책이다.

그가 강조하는 치매 방지의 첫번째 조건은 운동이다. 걷는 것이 가장 쉽고도 좋은 방법인데 일주일에 150분, 하루에 30분씩 5일간 걸으면 된다. 걸으면 두뇌에서 우울과 불안을 예방하는 세로토닌, 주의를 집중시키고 사랑에 빠진 기분을 주는 도파민, 통증을 막아주는 엔도르핀 등이 쏟아져 나온다.

닥터 굽타는 아마존 정글에 살고 있는 어느 부족을 작은 고깃배를 타고 며칠에 걸려서 찾아간 적이 있다. 이유는 이 부족에게는 전혀 심장병 환자가 없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의 배를 젓는 노인은 자신이 아마 92세쯤 된 듯한데 확실치는 않다고 했다. 그 후에 살펴보니 그 노인은 어디로 가거나, 나무를 베거나, 고기를 잡을 때 한 번도 앉아 있지 않았다.

1990년경에 신경학자들이 재미있는 발견을 했다. 어떤 새들이 갑자기 전에 안 부르던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관찰됐다. 즉 새의 두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긴 것이다. 그때까지 의학계는 심장과 두뇌의 세포는 재생이 안 되고 새로운 세포들이 생기지 못한다고 믿었었다.

학자들이 영국 런던의 택시 기사들의 두뇌를 비슷한 연령의 다른 직종을 가진 사람들의 두뇌와 자장 촬영을 통해 비교했다. 런던의 도로는 중세 마차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서 길을 찾기 무척 힘들어 운전 시험에 합격하기가 어렵고 게다가 3년마다 재시험을 치러야했다. 놀랍게도 운전사들의 뇌조직 중 기억 중추인 해마조직이 비교 그룹에 비해 훨씬 커져 있었다.

즉 많이 기억하려 애쓰고 공부를 하면 뇌의 세포들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열심히 책을 읽고 사람들을 사귀며 취미생활을 하자. 우리의 두뇌를 젊게 하면 마음과 몸에 활기가 넘칠 것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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