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야곱이 사랑한 여인 하나님이 인애한 여인
성경의 사랑이야기 가운데 야곱과 그의 두 아내 레아와 라헬의 삶은 삼각관계에 얽힌 경쟁과 시샘, 쟁투의 결과까지도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쓰여짐을 보여준다. 신부감을 구하는 명목으로 외가가 있는 낯선 땅에 도착한 야곱은 마을 우물가에서 만난 한 처자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는 마침 그의 외삼촌 라반의 딸이었고 그의 사랑은 날로 깊어져갔다. 야곱이 결혼을 원하자 라반은 7년간 일을 해주는 조건으로 라헬과의 정혼을 허락한다. 야곱의 마음은 7년을 단지 며칠로 여겼을만큼 행복했다.
성경에 라헬은 용모와 자태가 빼어난 아름다운 여인이었으나 레아에 대해서는 안력이 부족하다는 표현이 전부다.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눈은 눈빛이 살아있는 깊고 표정이 풍부한 눈일 것이기에 약한 눈이라는 표현은 아름다운 눈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데이트할 때와는 달리 용모가 전부는 아니다. 특히 고대 이스라엘에서의 여인의 가치는 아들을 낳는데 있었다. 남편으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던 라헬이 오히려 언니 레아를 부러워했다. 이유인 즉 라헬이 아이을 낳지 못하고 있을 때 레아는 아들을 연달아 낳았기 때문이다.
레아가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그녀의 태를 열어주셨다는 구절이 나온다(창 29:31). 첫 등장에서부터 야곱의 눈에는 라헬이 전부였음을 알면서도 레아는 그녀가 아들을 낳을 때마다 지어준 이름을 통해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첫아들 루벤의 이름은 “이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리라”는 뜻이고, 둘째 시므온은 “내 슬픔을 여호와께서 들으셨다”는 의미고, 셋째, 레위는 “그가 이제 나와 연합하리로다”이며, 넷째아들 유다는 “내가 이제는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였다. 그녀의 마음이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내용에서 점차 하나님을 찬송하며 평안해지는 방향으로 자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라헬은 자신의 불임에 대해 야곱에게 자식을 낳게 하라고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고 불평하기에 이르렀다. 야곱이 자기가 하나님을 대신할 수 있느냐고 노를 발하자 라헬은 자기의 시녀 빌하를 통해 아들을 낳으라고 요청했다. 빌하에게서 아들이 태어나자 라헬은 “내 억울함을 풀어주셨다”는 의미로 단이라 이름 짓고, 빌하의 둘째 아들에게는 “이겼다”는 뜻으로 납달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레아는 그 후로 두 아들과 고명딸을 더 출산하여 칠남매를 두고 시녀 실바를 통해 두 아들을 더 얻게 되었다. 하나님이 라헬을 생각하셔서 그녀의 태를 열어주셨다는 말씀과 함께 요셉과 벤자민이 출생하였다.
하나님은 경쟁적으로 태어난 열두명의 야곱의 아들을 통해 약속과 계획을 성취해 가셨다. 레아는 이스라엘 열두지파 중 제사장 계열인 레위족과 왕족인 유다족을 포함한 여섯 지파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구세주가 되는 예수의 조상이 되었다. 벤자민을 낳다가 산고로 죽은 라헬은 베들레헴 길가에 묻혔지만, 야곱은 레아를 아브라함과 사라가 묻힌 막벨라 굴에 장사하고, 자기도 그곳에 장사하도록 명하였다.
술은 입으로 사랑은 눈으로 들어온다고 예이츠의 시처럼 인간은 외모를 취하나, 하나님의 인애는 인간의 판단을 초월한다. 레아의 삶은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고 한 예수의 말씀을 기억하게 하는 인생역전의 드라마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 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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