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처음이라서] 일상의 위대함에 대해서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일상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나의 삶의 여정은 오늘의 이 자리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고와 시련은 지금의 이 흔들림이 없는 안정된 일상을 갖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오늘 내가 영위하고 있는 일상은 바로 어제의 나의 모든 노력과 꿈과 바람의 구현인 것이며 그 결과이다. 그러니 나의 일상이 무색무취하여 별다른 감동도 없고 별다른 이벤트 또한 없다 하더라도 비어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속이 꽉 차 있기에 미동도 없는 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날들이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데다 그 내용 또한 소소하고 평범하다 보니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조차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일상의 내용이 소소한 것은 내 그릇이 크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내 나날이 평범한 것은 내가 평범하여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세상에 더 훌륭하고 화려한 삶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과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고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일 것이다. 어찌 보면 삶 속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하나씩 채우면서 나아가는 것이 삶이니 이 일상의 시간을 빼어버리면 우리 삶에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삶이란 우리 앞의 이 일상을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가끔 이 일상이 지루하고 지쳐서 빨리 은퇴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생활에 변화를 갖고 삶에 여유를 갖고 살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나중에 정말 은퇴를 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바쁜 하루의 일상, 생활 전선에서의 온몸으로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살던 시간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빨리 지나가 버리기를 바라는 이 평범한 일상들도 그때가 되면 내 삶을 채워주던 소중한 하루하루였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문득 일상이란 것이 묵직함을 넘어 위대함으로 다가온다. 이 일상이야말로 우리 삶의 알맹이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유일무이한 공간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 위대한 삶의 여정인지도 모른다.
내 일상이 비록 소소하고 평범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충실히 사는 것이 훌륭한 삶인지도 모른다.
위선재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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