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생의 풍랑을 넘는 ‘호깅’과 ‘새깅’
지금처럼 해양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바다는 인류에게 오랜 기간 신비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수평선과 잔잔한 코발트 색의 바다는 신비로운 대자연으로 느껴지지만,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칠 때 넘실거리는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공포로 여겨졌다.바다와 육지의 비율은 7대 3으로 바다가 육지보다 2배 이상 넓다. 〔〈【바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다를 다 안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해양학자들은 바다는 기후, 지구 온도, 궁극적으로 모든 형태의 생명을 지속시키는 환경을 조성하지만 인류가 탐사를 통해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도는 겨우 10% 미만이라고 한다.
육지에서 보는 높은 산을 바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산 같은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간다. 태풍이나 쓰나미, 해저 화산폭발, 계절풍 등에 따라 발생하는 파도는 보통 100m가 넘는 거대한 산을 겹겹이 이룬다.
역대 가장 큰 파도는 1958년 7월, 알래스카의 리투야 만(Lituya Bay)에서 발생했다. 당시 파도의 높이는 무려 520m였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380m이니 얼마나 높은 파도였는지 상상이 안 된다. 파도는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7.9리히터)으로 인근의 거대한 빙산이 바다로 낙하함으로 그 충격과 쓰나미가 겹쳐서 발생한 것이었다고 한다.
쇳덩어리의 무거운 대형 선박이 물 위에 뜨는 원리는 물이 떠 받치는 부력이 배의 중력보다 크기 때문이다.
선박은 철판과 보강재를 효율적으로 조립한 매우 복잡한 구조물이며, 이동하는 최대 구조물이기도 하다.
이동할 때 해면의 불규칙한 파도에 의해 횡동요(Rolling), 종동요(Pitching)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배는 복원력을 갖추게 된다.
배는 항해를 할 때 수면 위의 상단 선체는 바람의 저항을 받고, 수면 아래로 잠긴 하단 선체는 파도의 저항을 받는다. 이런 저항을 되도록이면 적게 받기 위해 배는 앞쪽(船首)을 유선형으로 만든다. 돌고래가 거센 물결의 저항에도 고속으로 유영하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배가 높은 삼각파도의 정점, 즉 파정(波頂, Crest)에 배의 중심이 걸치게 되면 파도의 부력에 의해 배의 허리 중심이 위로 휘어지게 되고, 배의 선수와 선미는 아래로 처지게 된다.
이런 현상이 돼지의 등모양처럼 위로 구부러졌다고 해서 호깅(Hogging)이라고 한다.
반대로 배가 두 개의 삼각파도 사이에 끼면, 즉 파저(波底)에 배의 중심이 걸치게 되면 선수와 선미는 각각 위로 올라가고 배의 중심 허리는 아래로 처지게 된다.
배의 중앙 부분이 축 늘어진 상태라고 해서 새깅(Sagging) 이라고 한다.
이렇게 선박은 파도를 넘을 때, 호깅과 새깅을 유연하게 반복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어진다. 이 현상이 잘 유지되지 않으면 배는 허리가 부러져 침몰하고 만다.
인생 항로에도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불규칙 파도가 반복된다.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앞뒤로, 때로는 상하로 흔들리며 살아간다.
선박처럼 호깅과 새깅을 유연하게 적응해야 삶이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는 시간에 따라 변하고, 인생도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한다. 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느끼게 된다. 한결같은 내 고집과 경험만으로 부딪칠 것이 아니라 강약, 고저의 리듬으로 호깅과 새깅의 원리를 활용하면 인생의 풍랑을 잘 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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