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목타는' 아프리카를 가다] 차드에서…"이 아이들을 잊지 마세요"

물끄러미 우리 입을 바라모는 아이들의 배고픈 시선…외면하기 어려웠다

차드로 가는 길은 고단했다. 물리적인 거리 뿐만 아니라 방문 전 준비부터 어려웠다.

도착 열흘전 예방주사 다섯대를 몸안에 한꺼번에 밀어넣어야 했고 말라리아 약은 현지에서도 모자라 아직도 먹고 있다.

비행시간 20시간을 소요해 도착한 현지에서의 고충은 더하다. 우선 현지 날씨는 살인적이다. 섭씨 45도 화씨로 120도다. 그나마 우기 때가 아니라서 습기는 없었지만 흙먼지 섞인 바람은 가는 곳마다 호흡기를 괴롭혔다.

에어컨이 없고 창문도 앞쪽 2개만 열리는 차를 탔을 때는 지옥이었다. 끝도 없는 황무지 비포장 도로도 고역이다. 굴곡 심한 흙길 위 10분은 한시간 보다 길다. 그렇게 하루 몇시간을 달려야 했다.

아프리카 첫번째 이야기에 소개된 까찌 마을로 가는 날엔 길잡이 겸 보호막으로 현지인 2명을 태웠는데 갇힌 차안에서 그들의 체취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먹거리도 열악했다. 특히 길 위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을 때엔 곤욕스러웠다. 물끄러미 우리 입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배고픈 시선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통역은 취재의 최대 걸림돌이다. 응감바이라는 언어를 쓰는 마을에서는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불어로 불어를 아랍어로 아랍어를 응감바이로 4단계를 거쳐야 했다.

그 가운데 말은 부서지고 뜻은 소멸됐다. '얼마나 힘드세요?'라는 말은 '힘들다'는 단순한 대답으로 돌아왔다.

부족한 시간과도 싸워야 했다. 차드호를 찾았던 날 호수 한복판에서 배가 멈춰섰다. 공항 출발 5시간 전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오히려 돌아와서야 깨닫게됐다. 길 위에서 만났던 수백명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다. 그 속에 담긴 그들의 감정을 도저히 글로 옮길 자신이 없었다.

겁없이 덤볐던 아프리카 기사가 지난 닷새로 끝났다. A4용지로 300장이 넘었던 취재파일을 덮어야 하는 지금 자책감이 밀려온다. 아직도 차드는 헐떡이는데 한게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우물 주겠다는 약속만 있으면 우린 언제나 기다릴 수 있죠

아프리카 차드 사람들의 바람은 외면하기 어렵다. 그저 "원없이 깨끗한 물 마실 수 있고 하루 두끼 먹을 수 있으면 족하다" 했다.

때 묻지 않은 그들의 눈은 오히려 자국의 구조적 모순을 쉽게 꿰뚫어보고 있다.

대부분 극빈국에서 그렇듯 차드의 빈부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민의 과반수가 하루 1~2달러를 벌기 어려운 데 장관이나 군부 등 상위 1%는 수도의 캠펜스키 호텔에서 한끼 50달러를 쓴다.

한 마을 교회 총무 바이상금 다니엘(41)씨는 "수단 다르푸르 학살때 차드로 건너온 난민들은 하루 2끼라도 먹는다"며 "차드 국민은 난민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열에 아홉 가정은 매일 한번 오후 4시 해가 지기전 식사를 했다. 포만감이 있어야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빈민을 구제하려 들어온 구호단체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굿네이버스 차드지부 현지직원 제라루 오디(25)씨는 "단체중 일부는 목표만 거창하고 이루지 못한다"며 "운영과 예산 지출상 허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현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없이 NGO측의 일방적인 지원으로 후원금이 낭비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굿네이버스 직원 임마누엘(31)씨는 "한 단체는 어떤 마을에 학교를 지어줬는데 교사가 갈 수 없는 곳이었다"며 "선생이 없는데 건물이 무슨 의미가 있나"고 꼬집었다.

정부와 구호단체를 욕하기 전에 국민들의 '의식 개혁'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차드에서는 얼마전 공중 화장실 하나 짓는데 1년이 걸렸다. 차드에서는 아무데서나 맨땅에 배설한다. 굳이 화장실이 필요한 이유를 주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베링가(53)씨는 "우물을 파준다고 했더니 차라리 주민 머리수대로 그 돈을 나눠달라는 마을도 있었다"고 답답한 경험담을 전했다.

여러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첫 걸음은 역시 '물'이다. 우물은 마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돼 불평을 사지 않고 우물 제작비가 결정되어 있어 비교적 투명한 후원금 관리가 가능하다.

길 위에서 만난 유목민 징감나엘 미셸(41)씨의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우리를 특별히 아이들을 잊지 마세요. 우물을 주겠다는 약속만 있으면 우린 기다릴 수 있습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