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IFRS)과 미국회계기준(US-GAAP)
손헌수/회계사
국제 회계 기준은 크게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우선 종속회사가 있는 경우 사업보고서를 포함한 모든 재무제표의 작성은 주회사와 종속회사를 모두 포함한 연결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를 기본으로 한다. 개별재무제표는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가치의 평가에 있어서도 개별기업의 가치보다는 연결기업의 가치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망해버린 미국회사 엔론의 예전 경영진들은 회사의 이익과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개의 자회사들을 설립해 놓고 주회사인 엔론이 종속 회사들하고 반복적으로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속여서 주회사인 엔론의 장부상 이익을 엄청나게 늘렸다.
만일 엔론이 이렇게 서류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자회사들까지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주회사와 관계회사를 묶어서 연결한 연결재무제표에는 서로 관계가 있는 회사 간의 채권이나 채무 등은 서로 상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회사로 부터 받을 돈이나 이익은 연결재무제표상에서 보면 드러나게 되고 엔론이 행했던 분식회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일찍 밝혀졌을 것이다.
국제 회계 기준의 두 번째이자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기업이 보유한 모든 금융자산과 부채의 가치를 시장가치(Fair Market Value)로 평가하도록 하는데 있다.
회계기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본시장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기업의 재무 상황 및 가치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국제 회계 기준은 금융자산이나 부채, 그리고 유형 또는 무형자산 및 투자부동산에까지 공정시장가치 측정을 의무화 또는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 백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투자용 건물이나 주식의 현재 가치가 십만 달러로 그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면 그 떨어진 가치를 기업의 재무제표에 사실대로 반영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더 의미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회계기준에 따르면 이러한 자산을 팔아서 손실이 실현될 때까지는 처음에 구입한 장부상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회계 기준에서는 장부 가격이 실질적인 기업의 현재 가치 측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제 회계 기준의 세 번째 특징은 이 기준이 상세하고 구체적인 회계처리의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회계 담당자가 경제적인 실질에 기초해서 합리적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도록 회계처리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Principle-based). 기존의 미국회계기준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회계처리 방법과 절차를 세밀하게 규정(Rule-based)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미국회계기준이 훨씬 두껍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국제 회계기준은 그 양부터 상당히 적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국제회계기준의 경우에 원칙만을 강조하다보니 지나치게 간단해서 실무자나 회계 감사인들의 자의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너무 크게 열어두었다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 회계 기준의 네 번째 특징은 이 기준이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회계기준제정기구와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회계 기준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무제표가 투명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별로 비교가능성을 갖춘 이해가능하고 강제성 있는 단일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회계기준은 단 하나의 정답이라기보다는 국제간의 합의에 의해 계속해서 변화되고 도입되는 커다란 회계원칙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게 되면 기업의 세무보고에는 어떠한 변동이 있게 될 것인가?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데 사용하게 되는 기준이다. 그런데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준과 세무보고를 하는데 사용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세무보고를 할 때는 정부당국이 제시한 세법의 기준을 따라야만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현재 미국 기업들은 미국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이렇게 작성된 재무제표를 세법에 따른 세무조정을 통해 세금보고를 하고 세금을 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준과 정부에 세무보고를 하는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게 되면 미국세청도 언젠가는 국제회계기준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만일 미국세청이 세법에서 미국회계기준과 국제회계기준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이 두 가지 기준이 서로 다를 경우에는 기업이 어떤 회계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금액이 달라지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조세형평성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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