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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go-Round]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김성혜/작가, 밀워키 킬번

옛 이야기 할 때 우린 걸핏하면 ‘그땐 호랑이가 담배 태던 시절이었다’는 소리를 잘한다. 사실 담배라는 것이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고 나서 유럽을 통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 왔다고 치면 고작 해야 3, 4백 년 전 이야기다. 월터 랄리 공이 처음 북미서 가져온 담배를 영국에 갖고 와서 피웠을 때 하인이 주인의 입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를 보고 놀라서 불을 끈답시고 랄리공의 얼굴에 찬 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5천년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어쩌면 자그마한 대한민국의 땅덩어리에는 어디건 사람이 발붙이고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살지 않아본 땅이 없으리라. 그러나 미국은 아니다. (사람이 살지 않은 곳으로 따진다면 캐나다나 시베리아에 비길 수는 없겠으나…)땅 크기에 비해 인구도 작은 셈이고 역사는 더더구나 짧다. 따라서 미국 역사가 시작한 이래로 땅의 주인의 이름들은 있었겠지만 경작을 하거나 집을 짓지 않고 자연 그대로 방치해 두었던 땅이 아직껏 많은 셈이다. 소위 미국의 수도가 있다는 워싱턴 D.C. 근교조차도 그렇다.

우리가 처음 집을 지었던 곳은 백악관서 13마일정도 떨어진 맥클린 버지니아인데 미 대륙이 생겨난 이래로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지어 본 적이 없는 소위 처녀림이 무성한 곳이었다. 바람, 비, 눈, 서리뿐 아니라 찬란한 태양, 적합한 물기를 빨아들이며 조상 대대로 수백만 년을 지켜왔을 굵직굵직한 나무들을 잘라내며 집을 지으려니 나무들에게, 땅에게 미안한 마음과 조심스런 마음이 컸던 생각이 난다. 공원으로 지정된 땅만 제외하고 나면 이제는 많은 처녀림들이 이미 잘리어 나갔거나 계속 잘리고 있다. 인간이 먹고 살기 좋자고 자연과의 전쟁이 항상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나는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얼마 남지 않은 처녀림(?)을 보며 살 수 있었다는데 자부심과 긍지 외에도 고마운 마음을 가득 가지고 살았다.
지난 5년간 우리는 미시간 호수를 내려다보며 사는 특권을 누렸다. 말이 호수지 처음 보면 누구나 바다인줄 안다. 우리나라의 남한정도는 퐁당 집어 놓고서도 아직 여유가 많이 남는 크기이니 말이다. 일기 하나만 보더라도 오대호가 미국 중부와 동부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런 위력을 가진 오대호 중 하나인 미시간 호수를 내려다보며 산다는 것이 어찌 특혜가 아닐 수가 있으랴!

오대호는 빙하기 때 녹은 물이 고여서 생긴 것이라 한다. ‘아! 그러니 저 물도 엄청 오래전에 생긴 것이로구나!’ 하는 것이 당시 내 생각이었다. 오늘 지구를 휩쓸고 있는, 그래서 지구를 파먹어 들어가고 있는 인류가 퍼지기 전,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물이로구나, 하는 생각….

아이들은 공룡에 엄청난 관심들을 갖고 있다. 쥐라기 공원 같은 영화는 더더구나 그에 부채질을 해 준 셈이다. 쥐라기는 지금부터 1억4천만에서 2억1천만 년 전을 이른다고 한다. 백만이라는 시간도 상상하기가 힘든 나로서는 억 년 전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거기서 다시 오대호가 생겼다는 빙하기 시절을 찾아보았다. 지구의 마지막 큰 빙하기는 1백60만 년 전에 시작해서 1만 년 전 경에 끝났다고 한다. 1만 년 전에 와서야 겨우 오늘의 지구 같은 지구, 사계절이 있고 바다와 산이 있는 푸른 구슬 같다는 지구가 생긴 셈이다.

지구의 나이가 46억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최근에 있었던 사건이라고 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억, 억 하다 보니 내가 간이 부어도 한참 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뭐라는 사람 없건만 그 시간의 끄트머리, 2010년이라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나 자체가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아 팍 기가 죽고 위축감이 든다. 내일이면 오늘역시 덧없이 지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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