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주류사회'에 대한 잘못된 정의
임상환/OC취재부 차장
타인종 커뮤니티란 한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주류사회'의 대안으로서도 흔히 쓰인다.
한인언론들도 예전엔 주류사회란 표현을 많이 썼다. "우리 자녀들이 주류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말은 어디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타인종 커뮤니티에 진출하자"는 식으로 말하는 이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타인종 커뮤니티'란 말을 언론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는 '주류사회 진출'이란 말이 한인들이 스스로를 비주류로 낙인 찍는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주류사회란 표현이 '주류=백인'이란 등식을 소수계 사이에 은연중에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온갖 인종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주류사회'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은 한인사회가 비주류임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시각은 분명 일리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주류사회의 대안으로 등장한 타인종 커뮤니티란 표현은 문제가 없을까. 한인과 비한인을 구분할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류사회란 개념의 대안으로는 아무래도 어색하다.
돌이켜보면 주류사회란 표현이 문제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주류'가 '사회' 앞에 붙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주류와 비주류는 존재한다.
이는 단일 인종으로 구성된 국가나 다인종 국가나 매한가지다. 미국 사회에서도 주류와 비주류는 인종과 관계 없이 존재한다.
엄밀히 말해 주류나 비주류는 한 사회의 하부구조이다. 사회의 하부구조인 주류 또는 비주류가 상부구조인 사회의 머리에 타고 앉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흔히 단일민족 국가라고 일컫는 한국에서 "주류사회에 진출하자"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각 인종 커뮤니티를 나누어 놓고 주류사회란 표현을 쓰니 특정 인종 그룹의 구성원 모두가 한꺼번에 주류가 됐다 비주류가 됐다 하는 것이다. 이젠 미국 사회란 큰 틀에서 주류와 비주류를 논해야 한다.
애초에 사회계층적 분류인 주류와 비주류에 인종 개념이 끼어든 것도 문제다. 물론 사회지도층이 백인 일색이던 예전엔 백인 그룹을 주류사회라 칭해도 무리가 없었겠지만 타인종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오늘날엔 은연중 백인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주류사회란 표현을 소수계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서구에선 전통적으로 '메인스트림 소사이어티'란 표현을 사용해 왔지만 이는 사회지도층 인사 또는 특정 분야의 주도권을 쥔 그룹을 지칭하는 의미이지 특정 인종그룹을 통칭한 것은 아니었다.
한인들은 전통적으로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유독 집단의식이 강한 한인사회가 개인적 차원에서 분류돼야 마땅한 주류와 비주류란 개념을 커뮤니티에 덧씌우게 된 것 또한 '주류사회'란 어색한 표현을 낳게 된 이유라고 본다.
주류사회란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타인종 커뮤니티란 표현을 원뜻 그대로 이웃 커뮤니티를 지칭하는 데 사용하고 주류사회란 개념을 대치하는 데 쓰지 않는 것이다.
대신 주류란 표현은 철저히 개인적 차원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다. 주류 정치인 주류 음악인 주류 스포츠 스타 등의 표현엔 인종적 배경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애초에 개개인의 몫이었던 주류란 표현을 제 주인에게 돌려 주자. 그래야 본의 아니게 주류의 대척점에 놓였던 한인사회도 미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란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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