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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사람] '윌&그레이스' '오피스' 등 NBC TV 프로그램 제작 총괄 에드윈 정 부사장

"실패 두려워 말고 '꿈' 좇아 끝없는 도전을"

미국의 대중 문화 코드 창조·선도자 역할
'홈런'프로그램 위해 매주 수백명과 네트워킹
경쟁서 살아남기 위해 참을성·열정 필수
"자랑스러운 코리안 아메리칸 롤모델 될터"


어찌보면 이 시대 미국인들의 기호는 프라임타임대 인기 TV 프로그램들 속에 다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NBC TV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들을 제작 총괄하고 있는 에드윈 정 부사장은, 오늘날 미국의 대중문화 코드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소년 에드윈은 유난히 모든 일에 열심인 아이였다. 그가 나고 자란 7~80년대 시카고엔 한국인은 물론, 아시안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소년은 무리에 끼기 위해 공부도, 스포츠도 무조건 열심히 했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거기서 시작됐다. 또래 다른 친구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영화를 보고, 많은 음악을 들었다. 어릴 때는 시카고 불스나 컵스, 베어스 등에서 운동선수로 활약하고 싶단 생각도 했었지만, 커가면서 막연하게나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스탠포드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에드윈이 LSAT을 치른 후 유명 로펌의 변호사가 되거나, 월스트리트에서 활약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LSAT 시험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이대로라면 내 꿈은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무모하리만치 과감한 선택을 해 버린 것이다.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버리는 데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부모님께 대한 죄송함도 있었지만, 그는 일단 일을 저질렀다.

“많은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안전한 미래를 버리고 자신의 꿈을 따라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어요. 이민 1세대인 부모님들께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으로 우릴 키워주셨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를 막는 가장 큰 장벽입니다. 저만 해도, 이 길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오래도록 큰 후회가 뒤따랐을 겁니다. 인생은 길고 할 일은 많아요. 홈리스가 되지만 않는다면야, 젊은 시절 조금은 ‘위험’한 선택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겁니다.”

그도 NBC에 자릴 잡기 전까진 업계의 외곽을 전전했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갈망만 컸지 막상 그 내부에 대해선 무지했던 탓이 컸다.

“배우나 감독처럼 눈에 보이는 직업 말고는, 이 분야에 다른 어떤 일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어요. 빼어난 외모나 연기실력, 타고난 감각 같은 게 없으면 재미있고 창조적인 일을 하기란 불가능한 줄 알았으니까요. 영화나 TV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데 프로듀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수 많은 직업, 수백 수천명의 사람이 필요한단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금방 제 자리를 찾았을 수도 있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는 매일같이 엄청나게 많은 배우, 작가, 감독, 프로듀서들을 만난다. 그들과 함께 제2의 ‘프렌즈’(Friends), 제2의 ‘윌&그레이스’(Will&Grace)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홈런’을 기록하는게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방송국이라는 NBC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스토리도 강하고, 큰 웃음도 줄 수 있는 프로를 만들어야 하는게 그의 임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의 앞에 하루가 멀다하고 편성을 기다리는 새로운 프로그램과 쇼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방송을 타게 되는 것은 고작 10~20% 뿐이다. 높은 시청률과 좋은 평가를 받는 히트작은 그 중에서도 극소수다. 그래서 에드윈 정 부사장은 자신의 일을 ‘실패의 비즈니스’(Failure Business)라고 부른다.

“이 분야에선 모두가 실패를 경험합니다. 아예 편성 자체가 되지 않기도 하고, 낮은 시청률로 고전해야 하기도 하죠. 하지만 10번 실패해도 11번째 성공하면 모두가 돈을 벌고, 모두가 명성을 얻는 게 TV 비즈니스입니다. 실패조차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매우 소중한 경험과 인맥이 되는 것은 물론이죠. 때문에 실패를 견뎌낼 수 있는 참을성과 열정은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

케이블의 강세로, 공중파 TV가 예전보다 점유율이 많이 낮아진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정 부사장같이 창조적 일을 하면서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방송사 중역의 역할을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제 시청률로만 승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대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나 작품 속에서의 광고 등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합니다. 케이블로의 배급이나 해외시장 수출과 DVD판매 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죠.”

일은 그에게 끊임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것을 요구한다. 어릴적부터 그랬듯, 에드윈 정은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한다. 매주 수백명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과 네트워킹을 한다. 새벽 4시까지 새 대본을 읽거나 준비 중인 쇼의 가편집본에 코멘트를 다느라 잠 못드는 일은 다반사다.

아무리 사소한 코멘트도 3번 이상 반복해 본 후에야 적어 넣는다. 다른 공중파나 케이블의 드라마, 쇼들도 닥치는대로 모니터한다. 한국 프로그램들도 본다.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풀하우스’ 등도 다 섭렵했고, ‘개그콘서트’도 빠뜨리지 않는다. 모두 그가 즐기는 취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긴 하지만, 이 정도 노력은 좋은 변호사나 의사나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개성있는 사람들과 협력해야 해 힘들기도 하지만 정직하고 유연성있게, 서로를 존중하며 일한다는 기본만 지키면 큰 문제도 없죠. 무엇보다 제 일을 너무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사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만 합니다.”

정 부사장은 유난히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이 크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인 네트워크에도 관심이 크고, 켄 정이나 존 조 같은 한인 배우들을 NBC쇼에 캐스팅하는 노력에도 열심이다. 샌드라 오, 대니얼 대 김 같은 TV스타들은 물론 그레이스 박, 바비 리 등 유명세가 덜 한 배우나 코미디언들도 눈 여겨 보고 있다. 그는 “다음 세대 코리안 아메리칸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꼭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자랑스러운 코리안 아메리칸이 되고 싶어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얼마나 다양한 직업이 있는지, 얼마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더 많은 한인들이 절 보면서 꿈을 꾸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에드윈 정은…

NBC 엔터테인먼트 & 유니버설 미디어 스튜디오 코미디 프로그래밍 부사장. 프라임타임 시간대 시리즈물과 코미디물의 편성 및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 시카고 태생으로 스탠포드 대학을 거쳐 2002년 NBC에 입성, 그간 ‘윌&그레이스’(Will&Grace), ‘오피스’(The Office), ‘30 록’(30 Rock),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Friday Night Lights), ‘라스베이거스’(Las Vegas), ‘척’(Chuck)등의 인기작을 제작 총괄해왔다. 2009년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고 권위지인 ‘할리우드 리포터’가 선정한 ‘35세 이하 가장 영향력있는 문화산업 간부 35인’에 선정됐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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