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잠망경] 미안, 죄송, 그리고 유감

서 량/정신과의사 시인

당신은 1970년에 전 세계를 휩쓴 영화 ‘Love story’에 나온 유명한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 are sorry…”사랑이란 절대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

그 후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라는 곡이 1976년에 히트를 쳤고 그 감미로운 노래는 요즘에도 심심찮게 FM 방송에서 나온다.

1982년에 전 미국이 열광했던 ‘Chicago’의 ‘Hard to say I’m sorry’는 또 어떤가. 이렇듯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말이나 노래는 시대를 훌쩍훌쩍 초월한다.

미안하다는 것이 뭐길래 이렇게 야단법석인가. 우리 또한 송대관이 ‘사랑해서 미안해’에서 무드를 콱 잡고 있고, 김건모도 ‘미안해요’를 열창한다. 요사이 연인들 사이에 ‘고미사(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만도 하다.

미국인들은 남과 몸이 부딪치거나 했을 때 ‘Excuse me’라 밥 먹듯이 말한다. 반면에 캐나다 사람들은 대개 ‘Sorry’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 들을 때도 우리 말로 ‘네?’ 하는 뜻으로 뉴욕에서는 ‘Excuse me?’라 어미를 높이고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Sorry?’하며 말끝을 올린다. 그래서 성미 급한 뉴요커들은 캐나다 사람이 ‘Sorry?’라 했을 때 ‘What for?(뭐가 미안해?)’라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 싶어 한다.

‘excuse’는 13세기 초부터 고대 불어와 라틴어에서 ‘비방(욕)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의미였다. 당시에는 사람들끼리 몸이라도 부딪치면 한쪽이 다른 쪽에서 화를 벌컥 내면서 욕설을 퍼부었던 모양이다.

그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생겨난 말이 ‘욕하지 말아 주세요’에 해당하는 ‘Excuse me’다. 그 말이 정식으로 ‘실례합니다’라는 뜻으로 변화한 것은 16세기 초였다.

양키들의 장례식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상을 당한 사람을 포옹하면서 당신은 ‘I am sorry’라며 속삭였을 것이다. 한 사람이 죽었기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당신은 미안해 했던가.

‘sorry’는 고대영어로 ‘속상하다’ 혹은 ‘슬프다’는 뜻이었다. 아직도 그 본래 뜻의 잔재가 ‘sore throat(쓰라린 목?)’ 혹은 ‘sorrow(슬픔)’이라는 현대어에 역력히 남아있다. 그래서 당신이 양키 상주에게 ‘I am sorry’라 했을 때는 당신이 망인에게 무슨 몹쓸 짓을 해서 미안하다는 뜻이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 때문에 마음이 슬프다는 뜻이다.

미안(未安)은 ‘남을 대하기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는 한자어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뜻. 이 말은 크게 육중하거나 콧날이 시큰해지는 표현이 아니다. 약간 뉘앙스가 다른 말로서 ‘유감스럽다’는 말도 있지만 어딘지 좀 건방지게 들린다. 절대로 한국인들에게 미안해 하지 않는, 안면이 가죽구두보다 두터운 일본인들이 애용하는 표현이다.

한국 TV 연속 드라마에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에서 며느리가 사소한 실책을 범했을 때 그녀는 시어머니에게 절대로 ‘미안합니다’라 하지 않는다. 젊음이 풍만한 새색시는 눈을 곱게 내리깔고 꼭 ‘죄송합니다’라 한다. 며느리는 사과를 할 때도 예의범절이 있어야 하느니라.

죄송(罪悚)하다는 말은 ‘허물 죄’에 ‘두려울 송’, 즉 자기가 지은 죄를 스스로 두려워한다는 아주 처절한 의미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하늘이 두 조각이 나더라도 ‘유감스럽습니다’라 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말의 뉘앙스를 전혀 모르는 맘씨 좋고 머리 나쁜 양키 며느리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거야 예외로 쳐야겠지만. http://blog.daum.net/stickpoet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