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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도 잘못 읽는 한식 메뉴 영문 표기

aT센터 관계자 “로마자 표기법 따른 것”

한식 세계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식 메뉴 영문 표기 작업’이 현지 실정을 무시한 채 진행돼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aT센터가 지난달 말부터 한식당을 중심으로 배포 중인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길라잡이’ 안내서 일부 표기가 실제 이곳에서 통용되지 않는 이중 자음으로 처리돼 있기 때문이다.

16일 우촌에서 만난 스콧 머피(33)는 ‘kimchi-jjigae’(김치찌개)를 발음해 보라는 요청에 잠시 머뭇거리다 ‘김치지지개’라고 발음했다.

그는 왜 머뭇거렸냐는 질문에 “영어에는 없는 이중 자음 ‘jj’가 생소했다”며 “‘지’라는 발음을 두 번 연거푸해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국 발음으로는 ‘찌’라고 확인해주자 그는 웃으며 “나에게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차라리 j 하나만 쓰는 게 영어식이어서 혼동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인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애코’라고만 자신을 밝힌 한 일본인은 ‘기무치지개’라고 발음하며 “왜 jj가 두 개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chigae로 쓴다”고 귀띔했다.

또 일부 영문 표기가 같은 안내서 안에서도 서로 달라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떡’의 경우 ‘떡볶이’는 ‘topokki’로, ‘떡국’은 ‘tteokguk’으로 표기해 한인들조차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발음에 얽매이지 말고 미국인들에게 쉬운 표현을 쓸 것을 제안하는 이도 있었다.

케빈 고잉(46)은 “중국 또는 일본 음식처럼 아예 영어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며 “그냥 ‘김치 스튜’라고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이처럼 영문 메뉴 표기 방식이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사실로 보인다.

한국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한국어 된소리 표기를 위해 ‘이중 자음’을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 즉, 떡을 ‘tteok’로, 찌개를 ‘jjigae’로 표기하는 것은 정부가 마련한 공식 표기법에 따를 때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aT센터 한식세계화 김동묵 팀장은 “표기안 마련 과정에서 진통이 많았다”며 “영어에서 된소리를 피하는 것을 알면서도 국립국어원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로마자 표기법으로 통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현지에서 그런 혼란이 일고 있다면 추후 논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안내서에는 ‘grilled’로 되어 있어야 할 ‘구이’ 섹션 영문 표기가 ‘gilled’(아가미가 있는)로 되어 있는 등 일부 철자 오류도 발견됐다. 뉴욕aT센터 이유성 지사장은 “오류를 발견한 즉시 한국에 보고했다”며 “곧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식세계화 사업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말 외국인 선호 메뉴 124개 품목에 대한 외국어 표기안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80여개의 새로운 메뉴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최희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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