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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유럽 경제위기 '강건너 불' 아니다

김현우/경제부 데스크

경제학 행정학 공공정책학 등에서 가장 해묵은 논쟁 중 하나가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에 관한 문제다. '내 뒷마당만 아니면 된다'는 의미로 좋게 말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국의 한 인기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의 표현이라는 게 더 정확하다 할 수 있다.

갑작스레 님비 현상을 들먹이는 것은 이러한 문제가 비단 사회 현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출발해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융위기로 세계는 큰 몸살을 앓아왔다. 미국의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한 것은 물론 세계 각국도 같은 현상을 겪었다.

다행히도 각국 정부는 전에 없는 긴밀한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의 추가 하락을 막고 올해 초부터는 회복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주요 경제학자들의 경고도 많았고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적어도 3~5년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세계 경제는 놀랄만큼 빠른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에 큰 걸림돌이 등장했다. 남유럽 재정위기라는 암초가 불거진 것이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는 포르투갈을 거쳐 스페인으로 옮겨갔으며 영국으로까지 확대될 위기에 몰렸다. 신조어로 '돼지들(PIGS.Portugal Italy Greece Spain의 머릿글자를 딴 말)'이라는 경제용어까지 등장했다. 과도한 국가 부채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탐욕스런 국가들이라는 뜻이다.

특히 지구촌이 전에 없이 글로벌화 된 상황에서 재정위기라는 불길이 영국까지 번지면 이는 곧바로 세계 경제로 확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곧바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더블딥(경제가 회복했다 다시 불황으로 빠지는 현상)'으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이같은 남유럽의 재정위기도 조기에 진정시킬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이 때문에 유로존 및 IMF내에서도 이미 오랫동안 그리스 처리 문제를 두고 논의가 있어왔다.

하지만 한 국가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다른 국가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다. 이 때문에 IMF와 유로존 국가들은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일단 자신들 뒷마당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만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했고 이 때문에 어느 국가 하나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들은 각국의 이익을 지키고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했다.

이 사이 그리스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결국 유로존 위기라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됐다. 위급한 상황을 뒤늦게 인식한 유로존과 IMF는 결국 240억유로(약 315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를 실시하기로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악화될 대로 악화돼 그리스에 대한 재정 지원만으로 불길을 끄기에는 늦은 상황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천억유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옛말처럼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꼴이 된 것이다. 결국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이 세계 경제에 또 한번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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