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Book] 1분 43초간 의식 잃고, 21년 뒤 미래를 본다면···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이 꿈꾼다. 로또 복권도 맞히고 항공사고도 막을 수 있다. '와이 낫(Why not)?' 작가의 특권이다. 과학자들이 '순간이동' '시간여행' 같은 이론으로 증명하려 용쓰지만 불가능했던 가설을 소설가는 컴퓨터 자판 앞에서 상상력으로 완성한다.'플래쉬포워드(flashforward)' 영화에서는 이미 '미래장면 삽입'으로 친숙한 이 기법을 최신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고급스럽게 엮어낸 이는 과학소설의 샛별 로버트 J 소여다. 세계 3대 SF 문학상인 휴고상.네뷸러상.캠벨상을 한 손에 거머쥔 소여는 고생물학자가 희망이었던 이답게 그럴듯한 이론 무장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미드(미국 드라마) 팬이라면 이미 친숙한 '플래쉬포워드'는 최근 미국에서 방영시간이면 친목 모임이 취소될 정도로 시청률이 높은 화제작. 한국계 배우 존 조가 FBI 요원으로 등장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미드의 원작인 『플래쉬포워드』의 뼈대는 단 한마디. 2009년 4월 21일(이 소설은 1999년 출간됐다) 전 인류가 1분 43초 동안 의식을 잃고 21년 뒤 미래를 본다.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벌어진 강입자가속기(LHC) 실험이 그 원인으로 주목 받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이 순간'이란 개념은 환상일 뿐인가 불멸의 삶 보장이 인류의 희망일까 등 생각거리가 많다.
굳이 말하자면 '불가능은 없다'고 상식을 계속 뒤집는 과학의 발전 앞에서 조물주의 태엽이 감아놓은 법칙을 따라가는 인간의 한계를 다시금 되씹는 계기로 삼을 만한 읽을거리다. 다소 싱거운 결말을 대신해 이런 말로 위로를 받으면 어떨까. '이 지상에서 어떤 것보다 영구적인 것은 슬픔'이다 '시간은 죽음의 대행자'인데 '이에 저항하는 단 하나의 행동은 사랑의 행위'이다.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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