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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의 향기] '전조현상!'

Los Angeles

2010.05.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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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민 신부/샌디에이고 한인천주교회
요즘처럼 지진이 자주 일어난 해도 드문 것 같다. 올해 1월 아이티 대지진을 시작으로 타이완과 일본에서 2월에는 칠레에서 3월에는 타이완과 터키에서 강진이 발생하였다. 4월 들어서도 멕시코에서 강진이 발생하였다. 필자도 본당 신자들과 회의를 하는 도중에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회의를 잠시 중단하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소동(?)을 겪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을 느낀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날이 환할 때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 적이 없었기에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지진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렇게 당황하진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질 학자들의 큰 과제 중 하나가 지진을 미리 정확히 예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꽤 많은 연구비를 들이고 있지만 아직도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동물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그 전조현상을 미리 안다는 과학자들의 견해가 있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사람보다 뛰어난 감각기관을 통해 공기나 물 등을 통해 전해지는 미세한 음파나 기압의 변화를 감지하여 지형의 변화 땅울림 발광현상 등 지진의 전조 현상을 미리 감지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971년 2월 9일 이른 새벽 캘리포니아의 샌 페르난도 계곡 주변에서 그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과 두 명이 거대한 쥐 떼를 발견했고 몇 시간 후에 대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왕 쥐에 대해 말이 나왔으니 십이지(十二支)에 나오는 동물 중에 쥐가 제일 첫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쥐의 뛰어난 감지력 때문이라고 한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 했다. 하늘 대왕은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으로부터 그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한 훈련을 했다. 그 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 각 동물들의 이런 행위를 지켜보던 쥐는 자신이 너무 작고 미약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보다 먼저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그 중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어 있는 것이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 다투어 달려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소에게 붙어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분했지만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쥐가 십이지(十二支)의 첫 자리를 차지하게 된 방법은 그 자체로 놓고 보면 얄밉기 그지없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쥐가 자신의 예민한 감지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의 한계와 부족을 명확하게 알고 대처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소를 이용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핵심은 쥐가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칭송하는 현자(賢者) 또는 각자(覺者)도 실은 자신의 한계를 자신의 부족함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미리 준비하며 행동한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깊이 인식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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