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한방 칼럼] 무자식이 상팔자?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 자식을 키우는 것에 대해 회의를 가졌을 것입니다. 자녀의 학교 성적도 문제가 되겠지만 철 모르고 저지른 행동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거기에는 자녀만의 잘못이 아닌 부분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밤낮없이 일만 하는 부모로서는 섭섭합니다. 많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가 어릴 때 생활에 치여 제대로 돌보지 못하다 나중에 보니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비틀어져 버리고 멀어졌다”고 한탄합니다. 어떤 이는 속 썩이는 자식을 보고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자조하기도 합니다.

환자 중에 결혼을 하고도 오랫동안 자식을 갖지 않는 분들에게 ‘젊었을 때 빨리 낳으라’고 권합니다. 자녀를 늦게 같은 이유는 크게 3가지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은 후 갖겠다는 경우, 자녀가 필요 없다는 경우, 자식을 갖고 싶어도 아기가 없다는 경우 등입니다.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개나 고양이를 자식처럼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중년 부인이 남편과 내원했습니다. 진찰을 하려고 하자 그 부인은 울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는지 묻자 5년간 키운 개가 죽었다는 것입니다. 개가 죽은 후 입맛도 떨어지고 불면증과 불안 초조, 두통, 우울증으로 죽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키우던 개를 잃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도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문득 어느덧 ‘무자식 상팔자 시대’가 지나가고 ‘개 팔자가 상팔자인 세상’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던 애견을 잃은 그분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당규, 용안육, 산조인, 원지, 인삼, 황기, 백출, 백복신, 목향, 감초, 대조, 건강, 치자, 시호 등을 처방해 드렸습니다. 이 방제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강화시키며 몸을 보기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이 처방에서 시호는 간열을 풀어주고 해열을 시키며, 치자는 취장을 분비를 촉진 시키며 간 기능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어 권할만한 좋은 처방입니다. 약과 함께 다시 개를 키워 볼 것을 권했습니다. 한약도 복용하고 애견을 사서 다시 키우는 것도 우울증 치유에 좋은 방법이지요.

얼마전에는 자녀가 없는 40대 여성이 찾아 왔습니다. 그 여성은 멕시코산 치와와를 사서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엔 아기를 같고 싶다고 했습니다. 남편의 나이는 별상관이 없었지만 이 여성은 몸이 비대해 40세가 넘어 첫 아기를 갖기엔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노산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개를 키우는 마음으로 입양을 하는 것은 어떤지 물어 봤습니다.

그 여성은 본인도 입양아 출신이라면서 자라는 동안 좋은 추억이 많아 한번쯤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면서 혹여 잘못될 경우 아이는 물론 양부모도 상처를 받기 때문에 용기가 없다고 했습니다. 결혼 초기에 출산을 거부한 것도, 자기와 같이 아이에게 상처 주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애태우는 것보다 차라리 개를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떠났던 그 여성의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정경모
정경모한방병원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