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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Book] 남의 불행으로 돈 버는 것은?

2004년 허리케인 찰리가 미국 플로리다 주를 강타한 뒤 생필품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다. 평소 2달러 하던 얼음주머니가 10달러에 팔렸다. 지붕 위로 쓰러진 나무 두 그루를 치우는 데는 2만3000달러 하루 40달러 하던 모텔 숙박비는 160달러를 내야 했다. 냉장고며 에어컨은 작동되지 않고 당장 잠잘 곳을 마련해야 했던 시민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마침 플로리다 주엔 가격폭리처벌법이 있었다. 이 법의 집행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공정가격'이란 무엇이냐에서 시작해 탐욕과 도덕의 문제로 번졌다.

남의 불행을 이용해 먹으려는 탐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컸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자유를 옹호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될 뿐 공정가격이란 없다." "가격 급등은 필요한 물건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자극해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실보다 득이 많다."

이 같은 논리에 주 정부는 "비상 상황에서 강요받는 구매자에게 자유는 없다. 비양심적인 가격은 진정한 자유 교환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고 맞섰다.

정의(正義)의 의미와 그 실천적 방법을 다룬 이 정치철학 책은 이런 흥미로운 실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논쟁은 정의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 즉 행복 극대화. 자유 존중. 미덕 추구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 제레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까지 대표적 정치철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는데 그 설명방식이 독특하다.

구제금융은 정당한가 정부는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등을 실제 도덕적 딜레마와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정의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지은이의 결론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共利)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며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으레 생기기 마련인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만하진 않지만 딱딱하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해 서로 자기 목청만 높이는 우리 사회에서 차분히 널리 읽혔으면 싶은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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