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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Book] 세종 업적 중 태반은 아버지 태종 덕…이순신 살았다면 선조가 살려뒀을까

조선 왕들의 리더십 해부
꼼꼼한 사료 추적과 함께
현대적 분석력 돋보여

오피니언 리더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이 손꼽는 애독서들을 살펴보면 역사를 주제로 한 책이 많다. 오늘이 있게 한 어제를 살피고 오늘의 난국을 돌파할 지혜를 어제의 경험 속에서 찾으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역사는 현실을 비쳐보는 거울과 같다.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은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의 탁월한 역사학자다.

그는 조선 왕조의 임금 27명을 리더십 차원에서 낱낱이 해부하고 평가해왔다. 세종은 태종보다 훌륭한가. 연산군과 광해군은 폭군이었는가. 조선의 임금 27명 중 현군(賢君)과 혼군(昏君)은 누구인가.

책은 이덕일 소장이 30년 가까이 연구해온 조선 왕들에 대한 통치 성적표라고 말할 수 있다. 꼼꼼한 사료 추적과 명쾌한 필치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글로 본지의 일요판 신문 '중앙SUNDAY'에 2008년 9월부터 연재되면서 최고의 열독률을 자랑한 글이다.

지은이는 평소에 조선 최고의 현군을 세종과 정조로 손꼽았다. 두 임금 모두 학문을 사랑하고 인본 정치와 새 문물.문화를 개발하는 데 온힘을 쏟았다. 더 중요한 점은 미래 지향의 자세로 정치 보복을 자제하고 체제개혁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세종의 아버지 태종의 치적을 높이 평가한다. 태종은 개국 공신집단에 대한 피의 숙청을 단행한다. 법치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악역을 떠맡은 것이다. 태종.세종의 처가도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시대가 요구하는 '문치(文治)군주'를 세우려 양녕대군을 세자 자리에서 쫓아낸다. 지은이는 "세종의 업적 중 태반은 태종의 공"이라고 말한다.

조선 역사에서 피의 숙청을 단행한 또 다른 임금은 세조다. 하지만 책의 평가는 날카롭다. 세조는 태종과 달리 준법 세력들을 숙청하고 쿠테타에 앞장선 신(新)공신들을 비호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법 위에 군림하는 1만여 명의 특권층이 양산됐다. 이들에겐 사람을 죽여도 죄를 묻지 않는 면책특권 일반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 조세 대납권(代納權)이 주어졌다. 단종 복위 기도사건 뒤엔 수많은 사대부를 처형하고 노예로 전락한 그들의 가족과 처첩들을 나눠가졌다. 유교국가 이념의 붕괴였다. 세조의 후사 예종은 공신세력을 꺾으려다 1년여 만에 독살된다.

그렇다면 최악의 폭군과 혼군은 누구였을까. 책은 분명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연산군.광해군을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 선조.인조를 '전란을 겪은 임금'으로 분류한다. 이 소장의 눈에 비친 연산군은 음란한 임금이 아니라 실패한 권력이다. 공신집단을 해체하려 했으나 그에 맞설 사림(士林)을 끌어안지 못해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렸다. 칼과 붓을 쥔 이들을 모두 적으로 돌렸기에 희대의 폭군으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반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은 선조에 대한 잣대는 엄격하다. 선조는 중종의 일곱째 아들 덕흥군의 셋째 아들이었다. 왕위 계승 가능성이 전혀 없어 애초부터 '준비 안 된 임금'이라는 얘기다. 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린 선조는 동.서인 당파정치를 조장하고 수많은 전란의 징후를 외면했다. 왜군이 충주에 다다를 즈음엔 한양을 버리고 멀리 도망칠 궁리부터 한다. 임란 뒤 논공행상을 보면 선조의 그릇을 알 수 있다. 문신(호성공신)이 86명인데 비해 왜군과 직접 싸운 무신(선무공신)은 18명에 불과하다. 무신 숫자는 내시(24명)보다 더 적었다. 더욱이 류성룡의 전시 개혁입법인 면천제.작미법마저 무력화시킨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하지 않았다면 선조는 과연 그를 살려두었을까. 지은이 특유의 집념과 역사의식 현대적 분석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어쩌면 조선에는 이런 혼군이 더 많았을지 모른다. 권력이 특정 파벌에게 몰리면 반드시 족벌을 낳게 되고 이는 나라의 기본을 흔들어 쇠국.망국으로 치닫는다.

한국 사회는 요즘 금융위기와 천안함 사건 지방선거 등으로 요동치고 있다. 현실 극복의 지혜를 찾는 정.관계 리더와 CEO 역사학 연구자에게 이 책은 휴가철의 훌륭한 읽을 거리다. 앞으로 출간될 2권에는 독살설의 임금들 삼종(三宗:효종.현종.숙종)의 혈맥들 성공한 임금들 같은 테마가 들어간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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