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부부싸움' 하고 계세요? 의사소통 좋은 부부 상처도 빨리 낫죠
40년 동안 잘 지내오는 줄 알았던 앨 고어 부부의 이혼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후 한 미국인 여성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댓글의 내용이다. 최근 CNN 건강 인터넷 특집판에서는 이같은 황혼이혼과 관련해 ‘부부가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잘 싸우며 살고 있는가에 따라 부부관계는 물론 부부 건강도 좌우된다’는 주제를 다뤄 관심을 모았다. 그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의사소통 좋은 부부 상처도 빨리 아문다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연구팀이 부부 37 커플의 팔에 조그만 물집의 상처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준 다음에 각각 부부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을 모두 비디오 테입에 담았다. 12일 후에 그 테입을 통해 부부가 평소 대화하는 기술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는지를 연구했다.
연구결과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잘 되는 커플들의 상처는 거의 아물었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원만하지 않고 특히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무시하는 스타일의 대화를 하는 부부의 경우 가장 상처가 더디게 아물었다.
왜 똑같은 상처인데도 이같은 차이를 보일까? 연구팀은 가장 상처가 빨리 아문 부부들에게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그렇지 않은 부부들에 비해 혈중 수치가 높음을 발견했다. 옥시토신은 우리의 몸을 보호해주는 호르몬이다.
정신신경 내분비학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배우자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일로 인해 상사 혹은 동료나 후배에게 받는 스트레스보다 몸의 면역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동시에 심장박동에 문제를 일으키고 혈압을 높이며 당수치까지 끌어 올린다"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한편 정신과 전문의들은 "결혼 생활에서 오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정신적 혹은 육체적인 병으로 발전하게 되면 만성적이 되기 쉬워 치료에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 부부싸움은 '횟수'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
"문제는 부부싸움 자체가 아닌 싸움의 질에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오히려 건전한 언쟁은 서로에게 쌓인 불만을 해소시켜주고 오히려 부부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
다음은 정신과 전문의들이 제시하는 몇 가지 힌트들이다.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와 보니 부엌이 엉망이다.아내가 특별한 닭고기 요리를 만든다면서 주방기구를 다 꺼내 놓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때 남편이 '좀 잘 정돈할 수 없냐'고 한다면 그의 눈에는 흐트러진 부엌만 보이고 막상 남편을 위해 맛있게 장만해 놓은 닭고기 요리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부부관계를 잘하려면 남편은 먼저 '맛있는 냄새가 나네? 웬 닭고기 요리야?'하고 말한 다음에 '그런데 부엌이 정말 볼만하군'하고 말해야 한다. 일단 남편이 자신이 만든 요리에 만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내는 그 다음에 남편이 지적(?)해도 감정이 상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다. 서로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된 것이다.
-아내는 방문 입구에 책을 쌓아 놓는 버릇이 있다. 방을 들락거릴 때마다 남편은 불편하다. 수없이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좀체 고쳐지지 않는다. 남편은 생각을 달리 먹었다. "아내의 스타일이니 할 수 없군. 여기저기 책이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처럼 한곳에 모여 놓으니 그나마 방이 정돈되어 좋군"이라고. 전문가들은 "사실은 상대방의 이같은 기이한 행동들이 연애시절 상대방을 매력적으로 보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결혼한 후에도 고치려 하지 말고 서로 서로 이것을 인정해 주라는 것이다.
-부부사이가 나쁜 아내일수록 친한 여자친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이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편이 나에게 이러저러 했다"고 여자친구에게 말하면 대부분 응답이 "어쩌면 그럴 수가 있냐"며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혼한 친구들이 옆에 많을수록 자신도 이혼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혼도 다분히 전염성을 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어드바이스
"자긍심 갖고 감정조절 연습을"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애시절 좋았던 배우자도 결혼생활을 통해 이미 그 때 그 사람이 아니고 나 역시 그 당시 그 사람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이 성숙된 단계다.
처음에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존경하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건강한 부부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서로 존경하려면 먼저 내가 나를 존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정서적으로 독립적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찬사를 기대지 말고 ‘내가 나 자신에게 칭찬해 줄 수 있는’독립된 자긍심과 감정조절을 연습할 것을 권한다.”
"살아갈수록 잘 사는 부부 25%"
저만철 정신과 전문의
“ 부부의 형태를 나눠 본다면 살아갈수록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부부가 25%,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서로의 정신과 몸 건강에 도움이 되는 부부가 25% 그리고 나머지 50%는 노동을 함께 하는 일파트너로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으로 볼 때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병은 악화되고 그의 치료 또한 힘들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 1년 혹은 2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배우자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신과적으로 볼 때 병세만 악화시키게 된다. 차라리 떨어져 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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