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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철의 상인의 생각] 내핍(耐乏)

내핍(耐乏)이란 다 써 버려 가난해진 상태(궁핍·窮乏)를 견딘다는 뜻으로 쓰지 않는다는 의미의 절약과 같을 듯 하지만 크게 다르다. 절약은 있을 때 아껴 쓰고 적게 쓴다는 뜻으로 많이 써 버릴수도 있으나 스스로 적게 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에 반해 내핍은 이미 다 써버려 더 쓸것이 없이 가난하게 되어 어쩔수 없이 쓰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의 세계의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내핍경제’(耐乏經濟)다. 그리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내핍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부족함을 견뎌내야 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절약했으면 아낀 부분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내핍생활은 없는 생활 속에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견뎌야 한다는 것이 어려움이다. 강제적으로 쓰지 못하면 남겨둬 축적된 것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없어서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니 궁핍하다는 것이다.

전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비가 미덕이라는 사치시대에 성장해 어른이 된 지금 미국경제를 짊어진 베이비부머로서는 절약도 어려운 판인데, 내핍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테다. 절약도 해보지 않고 자랐는데, 내핍까지 하려하니 아마도 궁색함이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실용주의 교육을 강조하고, 세계최고의 저축고를 자랑하던 미국인이 아니던가? 아버지 세대의 세계최고의 고속도로 시스템과 인프라 시설, 도시 사회간접자본으로 이루어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고 근검절약하여 살던 아버지 세대가 지난 이때 세계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이던지 어렵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한다.

내핍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더라도, 아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먼저 자녀의 교육에 대한 비용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굶어가면서 까지 교육비를 부담한 우리 아버지 세대를 기억해야 한다. 어려운 세대가 지나고 우리의 아이 세대가 되면 아이들이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아껴서는 안되는 또 한가지는 신문, 잡지, 서적 구입 비용 등 지식을 흡수하는데 들어가는 돈이다. 내 지식이 퇴보하고 사회의 발전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낀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것을 아끼면 더 큰 퇴보를 초래한다. 모택동은 청년 시절 북경대학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서적을 탐독하는 생활을 하며 혁명을 준비했다. 20대에는 수입도 변변한 것이 없었으나, 이미 북경에서 발간되는 신문, 잡지는 전부 구독했는데, 자신의 수입의 반을 투자했다고 에드가 스노의 “붉은별”에 씌여져 있다.

이제 우리는 싫던 좋던 사치 생활을 접고 내핍 생활을 해야 한다. 산도 오르면 내려 가는 길이 있듯이 인생 이치도 같은 모양이다.

송신철/조지아 에셋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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