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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의 향기] 오그라진 마음 펴지는 날

김두진 신부/예수 고난회

오늘 성당에 앉아 아침 기도를 드리면서 기쁨의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에 돌아가신 Thomas more 신부님이라고 제가 다니던 학교 교수 신부님이셨고 멀리 이방의 땅에서 온 저를 늘 미소로 맞이하시던 그분의 미소가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입니다.

아침기도가 끝난 다음 저희 수도자들이 사목하고 있는 무염시태(원죄 없으신 성모)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를 드리면서 마르코 복음을 읽는데 왠지 모르는 부끄러움이 달아오르더군요. 오늘 복음에서 안식일임에도 예수님께서 오그라진 손을 가진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거기에 함께 있던 오그라진 마음을 가진 이들이 그들의 오그라진 마음은 보지 못한 채 오그라든 손을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오그라져 있는 그들의 마음에 큰 분노를 느끼셨던 모양입니다.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나쁜 일을 하는 것이 옳은가? 사람을 살려야 하는가 아니면 죽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사실 위독한 사람이 있으면 안식일이라도 그 사람을 살려야지 죽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되는 것이 유다교의 법 해석입니다.

결국 그분은 오그라진 손을 가진 사람의 손을 펴주시지만 오그라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마음은 펴주시지 않습니다. 그분의 치유는 믿음을 바탕으로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것인데 오그라진 마음의 소유자들은 무엇이 그들에게 필요한지 조차 알지 못하니 치유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오히려 '어떻게 저 사람을 없애버릴까'하고 헤로데 당원들과 바리사이파들은 그분을 죽일 음모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힘없는 사람들에게 힘 있는 사람들의 오그라진 마음은 참으로 두렵고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사 강론 중 나는 오그라진 손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오그라진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행여 오그라진 손을 가지고 있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행여 오그라진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하나? 라고 자문한 뒤 오그라진 마음이란 내가 하는 일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내 것만을 고집하는 폭력이라고 말하는 순간 스스로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헤로데 당원들과 바리사이파들의 오그라든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성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세속적 표현부터 내가 하면 거룩한 희생이고 네가 하면 형편없는 바보짓이라는 종교적 표현까지 나를 포함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것만을 고집하며 오그라진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새삼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이 복음 말씀으로 인해 오늘은 다른 사람의 말에 더욱더 귀기우리고 이웃의 생각에 더 집중하는 하루를 살게 되었습니다.

제게 울린 말씀을 통해 성경의 말씀은 이천년 전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이지만 현실에서 열매 맺는 살아있는 말씀임을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해서 저에게 오그라진 마음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는 하루였고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이들이 오그라진 마음을 갖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더욱이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오그라진 마음을 펴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점점 커지는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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