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택시장 몰락 예견했던 '헤지펀드 샛별' 존 폴슨 "그리스 디폴트 나겠지만 더블딥은 없다"
크루그먼의 "공황 재발"에 반박
"미 주택시장 저점 지나 회복세"
은행·카지노·부동산에 거액 배팅
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0)이 100억 달러 손실을 기록한 이번 금융위기 와중에 2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미 주택시장 붕괴를 정확하게 예견한 덕분이었다. 폴슨은 모기지 자산과 금융주 하락에 베팅했다. 당시 월가의 주류 트레이더.애널리스트들과 논쟁을 벌였다. 운명의 여신은 폴슨의 편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집값과 은행 주가가 폭락했다.
최근 폴슨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뉴욕과 유럽 주가가 7~8일 연속 미끄러진 이달 초 그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은 고작 10%"라고 단언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57)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크루그먼은 뉴욕 타임스 칼럼에서 "글로벌 리더들이 주요 20개국(G20) 캐나다 회의 결정대로 긴축하면 미 경제가 1873년과 1929년에 이은 세 번째 공황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슨은 "미 경제는 꾸준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는 미 주택시장의 소생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가 미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나 다름없다"며 "그곳 집값이 최근 7개월 동안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미 주택시장과 경제가 저점을 지나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엔 은행주 가득
폴슨의 말이 주술적인 힘을 발휘한 것일까. 지난주 수요일(7일) 이후 미국 주가는 다시 올랐다. 월가 은행들의 실적 개선에 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더블딥 공포가 가셨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머니게이머 폴슨이 노벨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을 누른 셈이다. 그는 전리품도 챙겼다. 폴슨&컴퍼니가 운용하는 펀드들은 지난주 반등으로 쏠쏠히 재미를 봤다.
은행 주식들 덕분이었다. 폴슨은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부터 대형 은행들의 주식을 사들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억6700만 주 씨티그룹 5억6700만 주 JP모건 700만 주 웰스파고 1750만 주가 그의 포트폴리오 안에 쌓여 있다. 얼추 27억 달러어치 정도다.
폴슨은 MGM미라지(카지노) 주식과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도 대거 사들여 놓고 있다. 모두 거품 붕괴의 직격탄을 맞아 값이 추락했다가 요즘 회복하고 있는 자산들이다. 크루그먼의 예상대로 더블딥이 발생하면 그 자산 가격들이 다시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크다. 상당 기간 현금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폴슨의 포트폴리오에는 특이한 자산이 한 묶음 들어 있다. 그리스 채권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이다. 그리스 채권 값이 떨어질수록 폴슨의 금고는 풍성해진다. 마치 늑대가 입을 벌리고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상당히 모순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더블딥 없다'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동시에 베팅해 놓았기 때문이다. 폴슨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베팅은 성공할까? 폴슨의 투자 히스토리만을 놓고 보면 성공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 그는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94년 헤지펀드를 차려 독립했다. 마침 미 금융시장이 오렌지카운티 사건 등으로 요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해 골드먼삭스는 채권 값이 폭락해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그의 몸엔 위기감지 DNA가 있어
폴슨의 종잣돈은 200만 달러였다. 그는 월가 주류의 반대편에 베팅했다. 월가가 흥분할 때 비극적 파국에 돈을 걸었다. 덕분에 98년 롱텀캐피털 사태 2000년 인터넷 거품 붕괴 순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그레그 주커먼은 폴슨의 머니게임을 다룬 가장 위대한 트레이딩(The Greatest Trade Ever)에서 "그가 두 번의 위기에서 적잖은 돈을 거머쥐었지만 또 한번의 위대한 트레이딩이 성공한 뒤에야 대중은 그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바로 미 주택시장의 방향을 놓고 벌인 한판이다. 월가 주류가 부동산 불패신화에 취해 있던 2005년 폴슨은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했다. 그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과 우량 모기지가 뒤섞여 있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을 공매도했다. 집값 거품이 붕괴해 CDO값이 하락하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작전이었다.
일시적으로 폴슨은 적잖이 손해봤다. 미국 집값이 2006년 7월 이후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지만 CDO의 값은 2007년 2월이 돼야 본격적으로 추락했다. 그는 1년 정도 손해를 감수하며 기다려야 했다. 인내의 대가는 크고 찬란했다. 2008~2009년 사이에 그는 200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폴슨의 투자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그 자신의 재산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현재 그의 재산은 120억 달러로 집계됐다(포브스). 두 해 전인 2007년 말에는 30억 달러 정도였다.
폴슨의 머니게임에 관한 책을 쓴 주커먼은 "위기 순간 위력을 발휘하는 그의 본능 배짱 의지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뒤 "타고난 듯하다"고 답했다. 근거는 그의 집안 내력이다.
폴슨의 외할아버지 아서 보크런은 대공황 직전에 탈출해 부를 지켜낸 월가 플레이어 가운데 한 명이다.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설립자인 찰스 메릴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자세계의 전설이라는 것이다. 폴슨의 아버지는 미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였다. 투자와 재무 DNA가 폴슨의 몸속에 형성돼 있는 셈이다.
최근 비즈니스위크는 폴슨이 뛰어난 투자 실적을 자랑하고 실제 돈을 베팅해 놓고 있는 점을 들어 "그의 '더블딥 없다'는 주장이 경제학자 말보다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며 "하지만 머니게임의 세계에서 백전백승은 아주 드물다"고 보도했다.
WHO?
1955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났다. 유대계인 그는 뉴욕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첫 직장은 보스턴컨설팅그룹이었다. 이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로 옮겨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투자은행가로 활동했다. 그는 헤지펀드 업계의 ‘3세대 스타’로 불린다. 1949년 처음 헤지펀드 개척자인 앨프리드 존스(1세대)와 조지 소로스(2세대)에 이어 세계 헤지펀드 업계를 이끌 인물이라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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