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칼럼] 이혼이 최선은 아니다
이웅진/선우 대표
언젠가부터 세상에는 이혼자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대중매체는 이혼을 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남녀 10명 중 4명은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말은 정말 옛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현실을 사는 우리들도 이혼을 하면 자유로워지고, 당당한 선택이라고 인정받을까? 아니다. 현실은 드라마, 잡지와는 딴판이다. 평범한 이혼자들은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는다. 가장 행복하게 만나 가장 불행해지는 경우가 부부관계라고는 한다. 결혼생활이 불행하다면 이혼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것일까?
많은 결혼생활자들은 결혼에 대한 환상 뿐 아니라 이혼에 대한 환상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혼에 대한 환상은 대개 3가지이다. 배우자와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깨끗이 청산된다는 것, 신나게 연애할 수 있고, 언제든지 재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배우자와 계속 얽히게 되고, 이혼의 상처로 인해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여러 가지 인생의 경험 중 가장 힘든 것이 배우자의 사망이며, 그 다음이 배우자와의 결별, 즉 이혼이라고 한다. 이혼자들이 결혼을 유지하는 사람들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불안하고 우울증 증세를 많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이혼 후 생활을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혼을 후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는 사람들 조차도 자녀문제,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주위의 차가운 시선, 자기 혐오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해 이혼이라는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혼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해 오히려 이혼 전보다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혼 후가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번 더’ 고민해야 한다. 더 나은 삶이란 반드시 현재의 삶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혼하려는 부부들에게 배우자가 상습도박이나 알콜중독이 아니라면 잘 참아보라고 권유한다.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상황인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렇게 이혼을 해도 삶은 여전히 힘들고, 지지고 볶아도 둘이서 견뎌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40대 부부 한쌍이 이혼의 기로에서 힘들어하며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헤어지려고만 하지 말고, 우선은 가정 내 별거를 하며 생활해 보라고 했다.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말고, 각자 자기 삶을 살되, 일요일은 아이를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 나의 처방이었다.
이후 부부는 한 집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함께 아이를 양육했다. 그렇게 5-6년을 지내고 나니 한 바퀴를 돌아 서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아마 얼마 후엔 재결합 소식이 들릴 거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이혼을 하려는 부부들에게는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한 바퀴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이혼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들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은 혼자 살고 싶지만, 그게 반드시 이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럴 때는 문제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얽혀서 끝장을 보겠다고 이혼을 선택했다가 후회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이혼이 뭐 그리 급한가. 일단은 다른 방법을 써보고 안되면 그때 가서 이혼을 해도 되는 것이다. 가정내 별거는 충동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해준다.
이혼하지 말고, 어떻게든 살아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누구도 혼자 늙어가는 외로운 노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해서다. 결혼이 별건가. 죽을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게 바로 결혼 아닌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