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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사람]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조예원 조명감독, 애니메이션에 생명 불어넣는 '빛의 마술사'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하도록 '스토리 중심 라이팅' 추구
일상화 된 빛 관찰 통해 영감 얻어…'창의적' 단편으로 문 두드려야

95년 발표됐던 1편(2900만 달러)과 99년 발표됐던 2편(570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극장에 몰려 들었고 장난감들의 귀여운 소동에 웃고 울고 가슴 따뜻해져 영화관을 나섰다. 특히나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따스하고도 희망찬 분위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여 캐릭터에 공감하고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Pixar)가 디즈니와 함께 일궈 낸 또 한 번의 성공스토리 뒤엔 한인 아티스트 조예원 감독의 섬세한 감수성과 솜씨가 녹아있다.

“1,2편과의 연결성을 찾으면서도 그 사이 발전한 테크닉들을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가 관건이었어요. 나와 있는 기술을 다 쓰면 사진처럼 느껴지는 ‘포토 리얼리즘’이 되고 마는데, 그렇게 되면 전편들과 큰 괴리가 느껴지고 말테니까요. 테크놀로지는 도입하면서도 관객들이 ‘그때 그 우디, 그때 그 버즈’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조예원 감독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담당하고 있다. ‘토이스토리3’ 엔딩크레딧에서 찾을 수 있는 그녀의 타이틀은 마스터라이팅 아티스트(master lighting artist).

“실사 영화에서 조명 감독이 하는 일을 컴퓨터를 통해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림자, 색깔, 빛의 밝기, 톤 등을 일일이 조절하는 일이죠. 픽사 조명팀에는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 배경을 가진 사람과 미술쪽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골고루 있어요. 그 만큼 업데이트되는 테크놀로지를 쫓아가는 노력과 미학적 재능이 골고루 갖춰져야 할 수 있는 일이죠.”

그 무엇보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픽사의 아티스트인만큼, 그녀도 ‘스토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라이팅’을 추구한다.

“어느 병원 복도에 할아버지가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창문에 눈부시게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면 참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겠죠? 하지만 빛이 희미하게 들어 와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곳까지 닿지도 않는다면 슬프고 외로운 느낌을 주게 됩니다.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조명도 중요하지만 비주얼 스토리텔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랍니다.”

‘토이 스토리3’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면마다 섬세한 조명의 변화와 색의 향연은 관객들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 초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앤디의 환상이 표현된 부분은 고채도로 표현을 했고, 이어지는 현실은 저채도로 표현해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1,2편에서는 항상 밝고 따뜻한 느낌으로 그려졌던 앤디의 방은 쓸쓸한 느낌이 배어나도록 표현됐다. 대학생이 된 주인에게 버림받은 장난감들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해내기 위해서였다. 폭군같은 곰인형 ‘랏소’로 대표되는 붉은 색과 장난감들의 주인 ‘앤디’로 대표되는 푸른 색을 대비시켜 위험한 상황과 안전하고 편안한 상황,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들을 빼어나게 표현해내기도 했다. 알고 보면 더 재미난 조명의 마법이지만, 조 감독은 굳이 관객들에게 이를 알아차려보라 요구하지 않는다.

“비주얼이 너무 강조되면 오히려 스토리를 방해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로 인해 스토리 전달에 도움이 됐다면 그게 더 성공한 조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3D 효과 역시 스토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하나의 테크닉으로만 쓰여야 한다는게 그녀의 신념이다. 때문에 ‘토이 스토리3’ 3D버전도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입체 효과 대신 그리 도드라지진 않지만 스토리 몰입에 공헌하고 있는 소소한 효과들로만 이뤄져있다.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라이팅’을 위해 조 감독은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관찰을 하고 영감을 찾아 나간다.

“거리를 걸을 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운전하면서 창 밖을 바라볼 때 등 모든 상황, 모든 환경을 유심히 보고 기억해요. 이런 상황과 느낌이 언제 작업에 나타나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니까요. 일반 회화 작품이나 실사 영화도 많이 보고, 갤러리나 비엔날레 같은 곳도 열심히 다니면서 많이 보고 관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계에 입문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도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역시 스토리다.

“자신의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독창성 있는 단편을 많이 만들어봤으면 해요. 크고 작은 스크리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기회도 자주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죻죠. 입사를 위한 데모 작품을 만들 때도 테크닉 적에 치중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스토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단편을 만들어보는게 좋을 겁니다. 이 분야에서의 가능성은 크레이티브한 사람에게 열려 있으니까요.”

한 가지 더, 유학생이나 뒤늦게 애니메이션계에 입문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 온 사람이라면 영어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입사 전 보다 입사 후에 더 큰 역할을 하는게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것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아주 디테일한 부분을 언어로 표현해 의견 교환할 때가 많아요. 저는 픽사에 들어와서도 계속 영어 수업을 들으며 공부를 계속했어요. 발음 교정도 받고 퍼블릭 스피킹 수업도 듣고요. 섬세한 부분까지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아주 중요하거든요.”

■조예원 감독은…

서울대 조소과 학부 과정을 거쳐 산업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원 공부를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뉴욕여행을 하다 그 곳의 활기찬 에너지에 매료돼 다시 미국에 올 결심을 했다. 그룹 투어를 하며 관광버스에서 맨해튼 34가에 내린 순간 ‘여기로 다시 와야겠다’ 생각했다고.

한창 모션 그래픽 붐이 일던 99년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로 유학와 컴퓨터 아트를 공부했다. 그녀의 졸업작품을 눈여겨 본 스튜디오들이 조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드림웍스에 입사해 ‘슈렉2’ 작업에 참여한 후 픽사로 옮겨 ‘카’, ‘라따뚜이’, ‘월E’, ‘업’ 등에 참여했다.

‘토이 스토리3’을 마친 지금은 내년 개봉 예정인 ‘카2’(Cars 2)를 작업 중이다. 한국 무용, 오페라 등과 조명을 결합한 실험적 공연도 준비하는 등 다른 예술 장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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