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마켓 3.0 시대' 한인 업체의 전략
최상태/경제부문 차장
이 광고가 나가자 그레이푸폰 머스타드의 판매량은 최고 50%가 치솟았다. 식료품 매장들은 앞다퉈 1위 브랜드이던 '프렌치 머스타드' 옆에 그레이푸폰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서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압도적 1위였던 프렌치를 따라잡기 시작해 10년 뒤에는 최고 브랜드로 올라선 그레이푸폰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역전 스토리는 후발 주자에겐 짜릿한 쾌감을 주지만 기존 업체에겐 그야말로 공포스런 이야기이다.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언제든지 시장이나 소비자에게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매년 수십여 개의 새 비즈니스가 문을 열고 닫는 한인타운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를 창업해 어렵사리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경쟁 업소가 바로 인근에 문을 여는 바람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식당.미용실.마켓 등에서부터 변호사. CPA.의사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인 변호사업계에서는 '200명 법칙'이 공공연히게 거론되고 있다. 매년 변호사에 합격한 수백여 명의 한인들이 한인타운으로 유입되지만 생존이 가능한 수는 200명이라는 주장이다. 그 이상이 되면 기존 변호사나 신참 둘 중 하나는 망해서 나가는 등 자연적인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 박사는 요즘 같은 시대를 '마켓 3.0'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3.0시장이란 상품력으로 승부하던 1.0시장이나 서비스와 고객 만족으로 승부하던 2.0시장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그것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그 파급력은 더욱 지대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마켓의 변화에 늦게 대응할 경우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똑똑하고 현명해진 소비자들이 이제 제품 기획자이자 서비스의 이행자 마케터이자 홍보대사로서 기업의 목줄을 쥔 새로운 오너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장이 바로 마켓 3.0이다.
한인 비즈니스 업주는 이제 한인타운이 1.0~3.0까지 다양한 시장이 혼재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치열한 저가 경쟁으로 마진을 깎아먹고 있는 한인 여행사 주류 대형마켓의 위협을 호시탐탐 받고 있는 한인 마켓 다운타운과 웨스트 LA인근의 호텔과 경쟁을 해야 하는 타운 호텔 타인종이 외면하는 코리아타운의 식당 등의 현주소는 이제 시장이 변화에 접어들고 있다는 전조다. 그리고 그 변화의 파도를 타든지 휩쓸리든지의 선택은 전적으로 경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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