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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보기] 한국방문 추억과 인연

2년 만에 고향에 와보니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사방팔방으로 거침없이 뚫린 도로들이다. 어떤 곳은 어쩌면 저렇게 옛날 그대로인가 싶은 반면 어떤 곳은 한참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달라졌다. 그저께는 한 초등학교 동창을 무려 25년여만에 만났다. 오래 전에 떠준 목도리를 아직도 갖고 있다니까 옛날과 똑같이 까르르 웃는다. 둘째가 마침 과학을 좋아한다고 해 자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로 한참 이야기꽃을 피웠다. 두 아이의 엄마로 행복하게 살고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가끔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내가 어쩌다 그 먼 캘리포니아에까지 진출(?)하게 됐나 생각해 본다. 어릴 적에도 나중에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른들이 물어보시면 잠시 생각을 해본 후 가봐야 아는 거겠죠? 하고 답하던 좀 심심한 꼬마였다.

요즘 아이들이야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지만 새마을 운동의 아이인 나에게는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누려보지 못한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부족한 대로 책과 TV도 있었다. 내가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마도 과학자이자 계몽저술가였던 칼 세이건 박사와 그의 TV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코스모스(1980년)일 것이다.

산이 많아 TV 난청지역이었던 나의 고향에서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코스모스를 보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어쩌다 TV가 약간 보일 때면 수수한 누런 윗도리를 입은 칼 세이건 박사가 싱긋 웃으며 시공을 넘나드는 온갖 심오한 이야기를 참 쉽고도 재미있게 펼쳐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디오니 DVD같은 매체가 없던 시절이라 다시 볼 기회도 영영 없을듯하여 마음이 몹시 상했다.

그래서 대신 코스모스의 책 버전을 구입했다. 당시 가격 3900원으로 모아놓은 용돈이 푹 들어갔고 어린 꼬마가 읽기엔 아주 두꺼운 책이었지만 TV 다큐멘터리를 못 본 아쉬움을 달래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원래 전문분야는 천체우주지만 칼 세이건은 생물학과 분자생물학, 역사, 경제를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우주와 생명의 신비함을 어린 소년의 눈앞에 펼쳐놓았다. 그는 또 평생동안 하나뿐인 지구의 소중함을 일깨우려 애썼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이자 계몽가다.

밤하늘을 한번 보시라! 끝없는 암흑과 별로 가득 찬 공간과 함께 거기에는 시간의 역사도 펼쳐져 있다. 100광년 떨어진 별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무려 100년이 걸린다. 빛이 100년 여행할 거리에 있는 별이기 때문이다. 빛이 일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반 도는 엄청난 속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200백만 광년이건 100광년이건 그 거리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우리가 밤하늘에 보는 별들이란 다 과거의 모습이고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100광년 떨어진 별의 모습이란 것도 실은 100년 전의 모습인 셈이다. 만약 어제 이 별이 폭발하여 없어졌더라도 우리는 100년 후에나 그 폭발모습을 볼 수 있게된다. 무한하고 영원한 시공 속에서 어떤 인연으로 우리는 만났을까?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책 코스모스에는 저자 칼 세이건이 아내에게 바친 멋진 헌사가 들어있다. ‘광대한 우주와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그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면서.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것도 생각해보면 참 깊은 인연인 것이다!’

- 글 내용에 관한 문의나, 다루어졌으면 하는 소재제안은 [email protected]으로-


최영출(생물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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