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서 볼거리·즐길거리도 '확' 업그레이드…이터테인먼트(eat+entertainment) 시대가 열린다
식당·술집·노래방…단순 '밤 유흥문화'에서
잇단 찜질방·영화서 각종 문화공연으로 활기
쇼핑몰도 타인종 북적…낮 '소비문화'까지 섭렵
◇이터테인먼트 변천사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타운은 한인들이 먹고 마시는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타운 식당이나 술집 노래방 클럽에는 타인종들로 넘쳐난다. 이들은 구이집 무대포II에서 회식을 하고 노래방 팜트리로 2차를 간다.
조선갈비의 경우 주말 고객 중 80% 이상이 타인종일 정도로 타운 식당에서 타인종을 보는 일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올해 출간된 미국 여행지와 식당 책자에는 따로 마련된 타운 섹션에서 LA코리아타운을 '엔터테인먼트 허브'라고 소개하며 반드시 찾아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있다.
인사이트 시티 가이드 LA판은 타운을 "바비큐와 가라오케 바 클럽 당구장과 볼링장 그리고 쇼핑몰이 들어서 다양한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낫 포 투어리스트(Not For Tourists) LA 안내 2010년판은 "늦은 밤까지 떠들썩한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라며 "소주까지 곁들이면 타운에서의 밤은 완벽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타운의 '나이트 라이프'가 강조됐다. 하지만 잇따라 타운에 들어선 대형 찜질방과 영화관은 기존에 있는 공연장과 더불어 휴식과 엔터테인먼트 타운으로 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5일 오후 위스파에서는 '국민할매' 부활 김태원의 팬 사인회가 있으며 저녁에는 박진영과 원더걸스가 공연하기도 한 윌턴극장에서 X재팬의 공연이 오른다.
지난 2006년 타운 첫 영화관으로 모습을 드러낸 엠팍4는 한국 영화 '유감스런 도시' 개봉 때에는 영화배우 정준호와 한고은을 초청하기도 하고 '박쥐' 박찬욱 감독과 대화의 시간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 팬미팅 등을 열었다. 최근에는 강연회 전시회 공청회를 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찜질방과 영화관은 타운에 다양성을 불어넣은 동시에 타인종을 끌어들이고 있다.
'제 2의 한류'로 점쳐지는 찜질방의 고객의 10~70%가 타인종이다. 찜질방에서 타인종이 때 마사지를 받고 육개장을 먹으며 불가마에서 땀을 빼고 식혜로 열을 식히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위스파는 마술쇼를 펼치고 다이아몬드패밀리스파는 8월 초 국악앙상블 예소울 공연을 열어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기도 했다.
지난 6월 개관한 CGV 시네마의 회원 중 10%는 타인종이다. CGV의 김상용 팀장은 "타인종 가운데 47%는 백인이고 대부분 젊은 층이거나 가족 단위로 아직까지는 할리우드 영화 관람객이 많다"며 "예상보다 타운 내에 사는 타인종이 많은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쇼타임 쇼를 하라
타인종이 몰리면서 구이집을 중심으로 식당들에는 단순히 '잇(eat)'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했다.
만나의 '샴페인 샤워쇼'는 이미 타인종 고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생일 축하 노래가 나오면 샴페인 병을 든 직원이 고객에게 달려가 샴페인을 쏟아내는 이 쇼는 생일 축하를 위한 필수 코스가 됐다. 하양숙 사장은 "유튜브에 샴페인 샤워 동영상이 올라가는 등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라며 "샴페인 샤워 덕에 '만나=생일 파티 장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에서는 매일 '도우쇼'가 펼쳐진다. 이밖에 각종 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수많은 카페나 식당 술집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쇼를 하는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고객들이 음식을 단순히 먹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보고 즐기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통통 튀는 것도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진행자가 움직이고 고객이 동참하게 하는 동적인 쇼가 뜨고 있다"고 전했다.
업소의 그랜드 오프닝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2~3년 전부터 이벤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업소 개업 행사에서 전문 MC가 사회를 본다. 앙상블이 나와 연주를 하기도 하고 재즈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커피 프랜차이즈 튤리스는 지난 16일 타운에 매장을 열면서 에퀴터블 빌딩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탤런트쇼 '콜라보레이션(Kollaboration)' 출신 8명을 초청해 노래와 춤 등의 공연을 펼쳤다. 매장 바로 앞에서는 '휠 오브 포춘'을 돌려 공짜 커피와 선물을 나눠줬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JH그룹 제이 황 대표는 "공연에만 약 500명이 왔다. 윌셔가 일대 직장인을 비롯해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커피 무료 증정 덕에 이날 오후 4시~7시 4000명 정도 찾았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쇼핑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
쇼핑몰들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 판매에서 나아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타운갤러리아는 지난해부터 플로어 세일 때 가족 단위 쇼핑객을 위해 어린이 진흙놀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경신 관리사무실 홍보담당은 "일단 엄마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전했다.
코리아타운플라자 3층에 있는 익스트림보드샵이 2008년 주최한 '스케이트 보드 컨테스트'와 '익스트림 레일 잼 스노보드 컨테스트'에는 각각 타인종 500명 가량이 참가한 바 있다. 지난 해부터는 플로어 세일과 함께 '꽝 없는 행운의 뺑뺑이'를 실시 즉석에서 경품을 나눠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존 유 매니저는 "가장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며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선물을 탈 수 있는 차례가 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전시회와 공연에 갤러리나 문화 전용 공간이 쇼핑몰의 품격을 더하기도 한다. 아씨플라자 2층에는 아씨아트갤러리와 아씨공방이 있고 리틀도쿄 쇼핑센터에는 문화공간이 5곳이나 된다.
쇼핑몰에 그림이 있고 음악이 흐르면서 원스톱 쇼핑공간에서 문화가 있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장보기와 엔터테인먼트의 경계 또한 무너지고 있다. 마켓에서 진행하는 식품업체들의 판촉행사가 진화하고 있는 것. 처음 시작은 세일이었지만 브랜드별 코너 모음전 시식과 시음이 곁들여지더니 부스를 꾸몄고 대형 배너나 풍선 인형 같은 장식물에서 밸런타인스 데이 하트 할로윈 호박 등이 등장하면서 커지고 화려해졌다. 즉석에서 강정이나 한과를 만들고 만두를 빚는 등 생생한 볼거리도 생겼다. 최근에는 공개방송 꽝없는 행운의 뺑뺑이나 제비뽑기 경품잔치 같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장보기가 할인→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주 7일 24시간 북적! 소비타운 코리아타운
2000년대 들어 타운에는 코리아타운갤러리아 시티센터 온 식스 마당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다. 머큐리 윌셔+버몬트 솔레어 등 주상복합 쇼핑몰도 늘었다. 가주마켓 웨스턴점 자리도 3층짜리 대형 쇼핑몰로 재개발된다. 새로 문을 연 쇼핑몰들에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잠바주스나 하겐다즈 같은 외식 브랜드 뿐만 아니라 나인웨스트 게임스톱 아베다 버라이즌 등 다양한 업종의 주류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다.
이미 친숙한 주류 업체는 물론 타운 내 한인 업소를 이용하는 타인종 고객도 늘고 있다. 밤에 타운 식당과 노래방을 찾았던 이들은 낮에는 커피숍의 분위기에 취한다. 주말에는 카페 패티오나 프라이빗룸에서 생일파티나 베이비샤워를 하기도 한다.
미용실에는 한류 스타에서 할리우드 스타로 발돋음하고 있는 전지현이나 비 처럼 헤어스타일을 해달라는 타인종 고객이 몰린다. 김선영 미용실 등 일부 미용실은 타인종 고객이 절반을 넘기도 한다. 네일숍이나 피부과 성형외과에도 타인종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옷이나 화장품 등도 한류의 영향을 받는다. 놀고 마시는 것 외에 타인종들의 다른 소비가 시작된 것이다.
타인종 고객은 과일과 채소가 싱싱하고 싸다는 소문에 한인 마켓으로 옮겨간다. '아시안 푸드가 웰빙'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녹차나 알로에 음료에서부터 라면과 김치 고추장 소주를 사기도 한다.
갤러리아마켓 존 윤 매니저는 "거의 일주일내내 목~일요일이면 매장마다 10개가 넘는 시식코너에서 접하지 못한 다양한 먹거리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행사에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며 "먼저 시식해보고 바로 사가는 타인종 고객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밤 유흥문화에서 낮 소비문화까지 섭렵하면서 타운은 주 7일 24시간 바쁘다.
특별취재팀 = 백종훈·이재희·최상태·문진호·염승은·진성철·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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